[세종=뉴스핌] 이태성 기자 = #대학생 A씨는 최근 계획했던 장거리 여행 일정을 취소했다. 카셰어링 업체를 통해 차를 빌리려 했으나 운전면허 취득 후 1년이 지나지 않아 차를 빌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국내 대부분의 자동차 임대업체들은 면허 취득 후 1년이 지난 운전자에게만 자동차를 대여해주고 있다. A씨처럼 자차를 보유하지 못한 이들은 면허 취득 후에도 1년 동안은 사실상 운전을 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 3시간 연수만 받으면 누구나 운전 고수?
29일 국내 주요 자동차 임대업체들의 약관을 종합해보면 공통적으로 만 21세 이상, 면허 취득일로부터 1년이 지난 운전자들에 한해 자동차 대여가 가능하다.
롯데렌탈, SK렌터카 등 기존의 렌터카 업체들은 물론 비교적 최근에 사업을 시작한 쏘카, 그린카 등 카셰어링 업체들도 이 기준은 모두 마찬가지였다(아래 그림 참고).
운전 경력이 짧으면 그만큼 사고 위험이 크니 업체들이 자체 약관을 만들어 나이·운전경력 등을 기준으로 서비스 이용에 제한을 둔 것이다.
그중 카셰어링 업계 1위 업체인 쏘카의 경우 해당 약관을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어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쏘카는 지난해 5월부터 시뮬레이터 운전연습 업체와 제휴를 맺고 해당 업체를 통해 11만원 상당의 운전연수를 받은 이용자에 한해 대여 조건을 면제해주고 있다(아래 그림 참고).
이용자들은 면허 취득 후 1년이 지나지 않았더라도 3시간의 운전 연수를 받은 뒤 이를 인증하면 쏘카 이용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단 3시간의 연수로 1년이라는 운전경력을 대신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쏘카 측은 이에 대해 "운전면허를 취득했다는 것 자체가 이미 도로에서 차를 몰아도 되는 자격을 부여받은 것"이라며 "연수 프로그램을 통과하는 분들에 한해 자격을 주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쏘카와 연계된 업체로부터 운전연수 프로그램을 이수할 경우 면허 취득 후 1년이 지나지 않아도 자동차 대여가 가능하다. [자료=고수의 운전면허 홈페이지] 2023.03.22 victory@newspim.com |
◆ "특정업체 강제…소비자 권리 제약"
하지만 이 같은 논리라면 대여 조건에 나이·운전경력 등을 포함시킨 현행 약관이 적절하지 않은 것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 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특정 업체에서 운전 연수를 받아야 이용이 가능하게 하는 것은 추가적인 구매를 강요하는 것이라 선택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안전교육을 받아서 해결되는 문제라면 어디서 교육을 받든 그 결과가 같아야 하는데 특정 업체를 강제하는 것은 고객의 권리를 과도하게 제약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카셰어링, 렌터카 등 자동차 대여업체들이 서비스 이용에 제한을 둬서 발생하는 문제는 또 있다.
나이와 경력 등의 이용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저연령층의 운전자들은 비교적 대여가 쉬운 '전연령 렌터카'를 찾게 되는데 이들 업체 중 상당수는 자차보험이 없거나 보험의 보장 범위가 제한되는 곳들이기 때문이다.
대출로 예를 들면 신용도가 낮아 어쩔 수 없이 사금융을 찾게 되는 서민들이 이로 인해 더 큰 피해를 입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법무법인 엘앤엘의 정경일 변호사는 "명칭은 전연령 렌터카인데 보험 보장이 제대로 안 되어 있으면 그걸 전연령이라고 말할 수 있겠냐"라며 나이가 어리거나 운전경력이 부족한 운전자를 위한 보호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쏘카 지동차대여 약관 [자료=쏘카 홈페이지] 2023.03.22 victory@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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