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금융당국은 예금보험제도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선 동의하면서도 보호한도 상향을 법률화하는 데는 신중한 입장이다. 금융당국은 예금자 보호 한도를 현행 5000만원인데 1억원으로 확대한다고 가정할 경우, 예금보험료율 인상 대비 보호 범위는 대략 1% 정도 증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예금보험공사는 예금 보호 한도, 예금 보험료율 상향 등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20일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었다. 금융위는 예금자 보호제도를 손질하기 위해 지난해 3월부터 분기마다 TF를 운영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예금보호 제도 전반에 대해 들여다보고 8월까지 예금보호한도를 포함한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현재 예보한도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현재 정치권을 중심으로 5000만원인 예금자보호 한도를 1억원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예금자보호 한도는 지난 2001년 이후 23년째 5000만원으로 미국(3억3000만원), EU(1억4000만원) 등과 비교해 GDP 규모를 감안해도 한도 상향은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최근 예금보험공사가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농협은행, 기업은행 등 은행업권 기준 1인당 GDP 대비 예금자 보호 한도 비율은 1.3배로 미국 3.7배, 영국 2.5배, 일본 2.2배 등에 낮은 상황이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2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주요 선진국의 예금자 보호 한도를 살펴보면 미국, EU, 일본 등 우리나라의 보호 한도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 우리나라의 예금자 보호 한도를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라며 "각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 차이, 즉 경제 수준을 감안하더라도 우리나라의 보호 한도가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예금보험료율(예보율) 인상이다. 예금보험료란 은행, 저축은행 등 금융회사가 예금보험기금 조성을 위해 예금보험공사에 내야 하는 돈인데 예금보호한도를 올리면 예보율 인상이 불가피하다. 이를 근거로 일각에선 예금 보호 한도를 높여 봤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가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예금보험제도 적용을 받는 '부보 예금' 중 5000만원 이하의 예금자 비율은 98.1%에 달했다. 5000만원 이상 고액 예금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보호 한도를 높이면 고액 자산가들만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의미다. 금융회사가 높아진 예금보험료 부담을 금리 등으로 소비자에게 전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예금보호 한도 논의가 나올 때마다 지난 20년 동안 논쟁이 됐던 이슈다.
금융당국도 예금보호 한도 확대가 '예금자 보호'라는 취지에 부합한다고 보면서도 예보료 인상에 따른 금융회사들의 반발, 소비자보호 측면에서 유불리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23년째 예금보호 한도가 그대로인 이유는 보호한도를 올리면 예보료를 올려야 하고, 업계 부담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합의가 안돼 못올린 것"이라며 "지금도 현실적인 문제로 예보료 인상은 대출금리 등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재 예금자의 98%가 예금보호가 되고 있는데 한도를 1억으로 올린다고 해도 보호범위는 대략 1% 정도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1%를 추가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올렸는데 금융회사의 부담은 따져봐야 겠지만 2배로 오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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