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올리자니 물가 상승 우려되고 안올리자니 에너지공기업 경영 리스크 커지고"
전기·가스요금 조정안 결정이 미뤄지자 정부가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묻는 자리를 마련해 방안 마련에 나섰다. 소비자나 사업자 입장에서는 가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한 반면, 에너지분야나 전문가들은 적정선의 가격 인상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서울 주택가에 설치된 전기 계량기 모습. 2022.06.15 leehs@newspim.com |
정부는 4일 오후 2시 한국재정정보원 대회의실에서 전기·가스요금 조정과 관련, 각계 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에너지경제연구원 공동주관으로 전기·가스요금 관련 관계자 간담회를 가졌다.
이번 간담회는 국민경제·사용자·공급자·금융시장 전망·에너지시장 전망 등 전기·가스요금 인상과 관련된 다양한 관계자와 의견을 나누기 위해 마련됐다.
간담회에 참석한 유미화 녹색소비자여대 공동대표는 소비자 단체를 대표로 "고물가 시기에 전기·가스요금 인상은 연쇄적인 물가 상승을 유발할 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전기·가스 요금 인상시 인상폭과 시기 등에 대해 구체적인 정보제공을 통해 소비자를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기·가스 사용을 줄일 때 인센티브도 줘야 한다는 게 유 대표의 생각이다.
김기홍 소상공인연합회 감사도 요금 인상에는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김 감사는 "전기·가스요금이 이미 소상공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인상됐으며 추가적인 가격 인상 시 영업 지속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1달 임대료도 1년에 5% 이상 인상할 수 없는데 전기료는 인상폭이 너무 커서 임대료보다 더 내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탄소중립연구부장은 "물가상승 등 국민부담을 우려해 요금 동결시 에너지 부문의 공급 안정성 저해, 자원배분의 비효율성 증가, 경제 전반의 자금조달 문제 등 비용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요금 동결에 대한 우려의 입장을 전했다.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전문위원은 "유럽의 천연가스 공급망 다변화 등 고려시 돌발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글로벌 가스가격은 안정 추세를 지속할 것"이라며 "국제유가는 OPEC+감산, 중국의 수요 회복 등으로 연말로 갈수록 상방압력이 우세할 것으로 보이지만 금융시장 불안과 경기 우려 등이 부각될 경우 하향안정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에너지 가격의 급등세는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창식 한국에너지공단 수요정책실장은 "우리나라는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93%이며, 최근 에너지 가격 폭등에 따른 에너지 수입액 증가로 국민경제에 큰 부담이긴 하다"면서도 "에너지 수요 감축을 위해서는 적정한 가격정책과 투자 유도를 위한 인센티브 부여, 가격정책에 따른 취약계층 등에 대한 대책 검토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실상 가격 조정에 공감한다는 얘기로 풀이됐다.
김윤경 이화여대 교수는 "에너지 기업이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체제를 구비하고 공공서비스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한 건전성 회복이 필요하다"며 "저렴한 요금 수준은 소비자들에게 해당 에너지를 더 사용할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제공하며 손실이 커지는 구조로 연결되기 때문에 요금 인상이 필요하나, 요금인상은 경제주체에 충격이 되는 만큼 인상의 폭과 시기를 조절하고 공기업의 사업비용 저감 노력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서울시내 주택가에 설치된 가스계량기의 모습. 2023.03.30 hwang@newspim.com |
구자현 한국개발연구원 산업·시장정책 연구부장은 "지난해 기록적으로 급변한 국제 에너지가격을 국내 에너지가격에 즉시 반영시 실물경제 변동성을 확대하고 민생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며 "국제 에너지가격의 변동성이 클 경우 급격한 국제 에너지가격 변동을 국내 에너지가격에 단계적으로 반영(smoothing)할 필요가 있ㄷ"고 강조했다.
구 연구부장은 "단계적 반영과 연동제 조정 등에 대한 명확한 규칙(rule)이 있으면 자의적 운용을 피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에너지가격 인상 충격을 최소화하고 에너지 절약을 도모하기 위해 에너지 절약 인센티브를 요금제에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올해 한전채 발행 여건은 지난해에 비해 큰 폭으로 개선돼 발행 규모가 소폭 확대되더라도 현 수준 금리에서 무리 없이 발행이 될 것"이라며 "다만 발행 규모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확대되고 대외불확실성이 다시 커지는 경우 채권시장 변동성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 실장은 "적정 수준의 전기요금 인상과 적정 수준의 한전채 발행이 촉진되면 채권시장 부담 감소 및 기업 자금조달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전문위원은 "전기요금 인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한전 적자 탈피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장 내에 사채발행한도 여력이 축소될 우려가 있다"며 "일부 기관의 경우 내부운용기준 상 연속 적자기업은 편입한도 제한도 존재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은 "신종자본증권 활용, 자구노력, LNG 가격 하락 효과 등을 고려할 때 한전의 상환능력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아 시장 내에서 한전채 소화는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대규모 한전채 발행이 계속된다면 약세 발행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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