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LG그룹 오너가(家) 상속권 분쟁이 이어지는 와중에 영국 투자회사 실체스터가 LG 지분을 5% 이상으로 확대하며 LG 상속분쟁이 혹여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나온다.
LG 측은 실체스터가 지분을 늘린 것은 경영권 분쟁과 상관없는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9% 급등한 LG 주가...실체스터 행동주의펀드 아닌 보수적투자사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실체스터가 LG 지분 5.02%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한 전날 LG 주가는 전날보다 9.48% 오른 9만3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13일 LG 주가는 소폭 하락하긴 했지만, 주가가 크게 떨어지진 않았다.
통상 경영권 분쟁이 있는 기업에 펀드가 개입할 경우 지분 경쟁에 불이 붙어 주가가 상승하게 된다. 상속권 분쟁이 걸려있는 LG 역시 현재의 상황이 경영권 분쟁으로까지 비화돼 주가가 상승할 것이란 기대감에 주식시장이 반응한 것이다.
예를 들어 최근 발생한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경영권 분쟁의 발단은 에스엠 지분 1%를 보유하고 있는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얼라인)'이었는데, 얼라인은 에스엠 이사회에 이수만 대주주의 개인회사 '라이크기획'과 맺은 계약 관계의 부당성에 대해 지적하며 이사회 구조 개편을 요구했다.
이것은 에스엠 경영진 반란의 불씨가 됐다. 이후 '얼라인-에스엠 경영진-카카오'연합과 '하이브-이수만' 연합이 표 대결 양상이 됐고 에스엠 주가는 1달 반 만에 50% 넘게 치솟았다.
하지만 자본시장에선 실체스터에 대해 기업 경영활동에 개입하는 행동주의펀드로 보기 보단 투자를 통해 수익을 추구하는 것에 보다 초점을 둔 보수적인 투자사로 분류하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KT에 투자하고 있는 실체스터는 최근 KT에 대한 투자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하긴 했지만, KT 지배구조와 관련해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상황 속에 특별히 주주권을 행사하진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실체스터가 KT에 오랫동안 투자를 한 것은 맞지만 특별하게 이슈가 있진 않았다"면서 "보유지분도 이제는 5% 밑으로 떨어져 현재 몇 프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경영권 분쟁 갈 경우, LG지분보유 펀드 입김 중요
단, LG가 현재 상속권 분쟁에 휘말려 있는 만큼 향후 실체스터 지분이 어떤 방식으로 활용될 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최근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어머니인 김영식 씨와 여동생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 씨가 구 회장을 상대로 상속회복청구소송을 제기했는데, 만약 김영식 씨 측이 승소 해 주요 주주의 LG에 대한 지분율이 조정될 경우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4일 구광모 회장은 이 소송과 관련해 법원에 "소송의 제척기간이 지났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재계에선 2018년에 상속이 완료된 건을 지금 와서 소송을 제기한 데에는 김영식 씨 측도 믿는 구석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지주회사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LG그룹이 장자 승계를 할 때마다 계열분리를 해 대주주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 역시 경영권 분쟁에 쉽게 휘말릴 수 있는 여지를 준다. LG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구광모 회장은 LG 지분 15.95%를 보유하고 있고, 김영식 씨 측(구연경, 구연수 지분 포함)은 총 7.84%를 보유하고 있다. 김영식 씨 측 지분을 모두 합쳐도 구 회장의 지분이 8.11% 많다.
하지만 만약 김영식 씨 측이 상속권 소송에서 승소해 지분율이 조정될 경우 구광모 회장의 지분은 9.71%로 줄고 김영식 씨 측 지분은 14.1%로 더 많아지게 된다. 구 회장이 우호지분을 활용한다고 하더라도 지분율 차이가 크지 않아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질 경우 실체스터와 같이 LG 지분을 보유한 펀드들의 입김이 중요해진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실체스터는 행동주의펀드보단 가치투자사로 분류되는데, 최근 KT 지분 투자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바꾸는 사례 등을 비춰보면 주주권 행사에 적극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아직 구 회장 우호지분이 많다고는 하지만 김영식 씨 측에 실체스터, 그리고 또 다른 운용사까지 붙는다면 충분히 경영권 분쟁까지 갈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이와 관련해 LG 관계자는 "실체스터는 이미 2018년부터 투자를 해 온 투자사"라며 "장기적 투자사로 행동주의 펀드로 보긴 어려워 상속권 분쟁으로까지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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