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2021년 5월 더불어민주당의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에서 불법 자금이 전달됐다는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핵심 인물인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이 전 부총장의 진술을 확보하면서 관련 수사엔 한층 더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검찰은 당시 현역 의원 등에게 뿌려진 금액을 특정했으며, 조만간 관련 인물을 소환해 조사하는 등 수사를 펼쳐나갈 방침이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최근 조사에서 이 전 부총장으로부터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돈 봉투가 조성된 게 맞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아울러 이 전 부총장은 조사에서 윤관석 민주당 의원 등 관련 인물과 나눈 대화의 내용이나 의미 등도 자세히 설명했으며, 대화에서 이름 없이 성만 부른 인물이 누구를 지칭하는지 등도 구체적으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윤관석 위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윤 위원장은 지난 12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2023.04.13 leehs@newspim.com |
◆ 檢, 조만간 윤관석·강래구 등 소환 예상…이후엔 수수자로 수사 확대
이번 사건은 2021년 5월 민주당 당 대표 경선 과정에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의 당선을 목적으로 윤관석 의원이 강래구 한국감사협회장(당시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에게 돈을 요구해 받은 뒤 이를 민주당 현역 의원들에게 전달했다는 것이 골자다.
검찰은 지난 12일 윤 의원과 이성만 의원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영장에 두 의원과 강 회장, 이 전 부총장 등 9명이 현역 의원과 당내 인사 등 최소 40명에게 전달했다고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의원과 이 전 부총장 등 9명은 모두 송 전 대표의 캠프에서 일했던 인물들이다.
검찰은 당시 살포된 금액을 총 9400만원으로 특정했으며, 현역 의원에겐 300만원씩, 대의원 등 이외 인사에게는 50만원씩 전달됐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번 사건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한 이 전 부총장의 통화 녹음파일에 더해 진술까지 확보하면서 검찰 수사엔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법조계 안팎에선 검찰이 조만간 윤 의원과 강 회장 등 공여자들에 이어 금품을 수수한 현역 의원 등도 특정해 소환조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현역 의원 수는 최대 2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금품수수자도 수사 대상이며, 구체적인 금품 공여 및 수수 과정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당법 제50조는 '정당의 대표자로 선출되게 하려고 후보자·선거운동관계자·선거인 또는 참관인에게 금품·향응 등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거나 받은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억대의 금품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2022년 9월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열리는 소환조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2.09.23 hwang@newspim.com |
◆ 이정근 휴대전화 녹음파일 3만여개…야권 수사 '스모킹건'으로
이 전 부총장은 지난해부터 검찰의 주요 수사 대상으로 떠올랐다. 본인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알선수재) 등 혐의를 받기도 했지만 다른 야권 인사 의혹 관련 핵심 증거를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야권 수사의 '스모킹건(결정적 단서)'이 된 것은 이 전 부총장의 휴대전화에 남겨진 녹음파일이었다.
이 전 부총장은 습관적으로 통화내용을 녹음하는 버릇이 있었다고 한다. 검찰은 이 전 부총장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그의 휴대전화 여러 대를 확보했으며, 이 안에는 일상적인 대화까지 포함해 3만여개의 녹음파일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녹음파일은 본인 사건뿐만 아니라 다른 사건에도 영향을 미쳤다. 대표적으로 노웅래 민주당 의원 사건이 있는데, 검찰은 이 전 부총장이 가진 녹음파일에서 노 의원이 사업가 박모 씨로부터 6000만원을 수수한 정황을 포착해 수사에 나선 뒤 노 의원을 기소까지 했다.
박씨는 이 전 부총장에게도 금품을 제공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 전 부총장은 그로부터 청탁 및 알선의 대가로 10억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4년6개월을 선고받은 상태다. 검찰은 이 전 부총장에게 징역 3년을 구형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이 전 부총장에 대한 예상보다 낮은 구형과 돈 봉투 의혹 수사에 속도가 붙기 시작한 시점 등을 고려해 볼 때 '플리바게닝(유죄협상제)'이 있었다고 의심이 들만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 전 부총장이 전당대회 관련 의혹에 대한 구체적 진술을 내놓는 대신 검찰이 이를 감안해 구형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그는 부정 취업 의혹도 받고 있다. 이 전 부총장은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이후 CJ대한통운 계열사인 한국복합물류에서 약 1년간 상근고문으로 일했는데, 검찰은 이 과정에서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부당하게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검찰은 이 전 부총장이 채용 전 노 전 실장에게 채용을 부탁하고, 채용 후 고마움을 표시한 문자메시지 등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 이정근은 누구?
이 전 부총장은 민주당에 입당한 이후 2016년 정책위원회 부의장, 2016~2018년 주거복지특별위원회 위원장과 서울특별시당 여성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다.
2016년엔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 서울 서초구 갑에 출마했고, 2018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선 서초구청장에 출마했으나 모두 낙선했다.
그는 2019년 민주당 서울특별시당 서초갑 지역위원장,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자문위원, 정책기획위원회 자문위원 등을 지내다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또다시 서울 서초구 갑에 출마했으나 당선되지 못했다.
2021년엔 민주당 사무부총장을 지냈으며, 지난해 3월 재·보궐선거 때도 서울 서초구 갑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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