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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관료 출신 한덕수 총리의 '진심'

기사등록 : 2023-04-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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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 밝은 한덕수 총리, 국정 전반 진두지휘
세월 거스르는 체력으로 동분서주 현장방문
정치권, 관료 출신 총리에 때론 과도한 공격
규제개혁·언론소통·부산엑스포 유치에 최선

[세종=뉴스핌] 김명은 기자 =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 대상 국정감사에서 한 야당 의원은 국조실이 국정 현안에 대해 제대로 손을 대려고 하면 해야 할 일이 한도 끝도 없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업무가 굉장히 수월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적 있다.

국조실과 국무총리비서실은 국무총리를 보좌해 각 부처를 지휘·감독하고 주요 정책을 기획·조정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뿐이 아니다. 사회위험과 갈등을 관리하고, 정부업무평가와 규제개혁, 총리 지시사항을 추진한다. 총리의 대국회 활동도 지원한다.

총리를 보좌하는 기관의 업무가 이처럼 광범위하다는 건 다시 말해 총리가 해야 할 일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로 한덕수 총리의 활동량은 어마어마하다. 국무회의와 각종 위원회, 국정현안관계장관 회의,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등을 정기적으로 주재하고 있다. 또 국회 본회의와 대정부질문, 여야 지도부 예방, 고위 당정협의 등의 일정을 수시로 소화하고 있다. 또 매주 월요일에는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주례회동을 갖는다.

'이태원 참사'와 같은 국가적 재난 상황이 벌어졌을 때에는 사태 수습은 물론이고 안전점검 등 후속 조치까지 살펴야 한다. '세월호 참사'에서 얻은 학습효과로 윤석열 정부는 재난 상황에 비교적 발빠른 대응을 보이고 있다.

대형 화재나 미세먼지 위기경보 발령 등 위급상황이 발생하면 어김없이 한 총리의 긴급 지시문이 발표되고, 한 총리 주재의 긴급 점검회의가 열리거나 그의 현장 방문이 이어진다.

과거 자신을 "변화를 지향하는 합리적 시장주의자"로 규정했던 한 총리는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규제개혁에도 사활을 걸었다.

한 총리의 활동 범위는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다. 그는 2030세계엑스포 부산 유치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함께 유치위원장을 맡아 지난해 6월 취임 후 첫 외교일정으로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 참석해 직접 경쟁 프레젠테이션(PT)을 하고 치열한 외교전을 펼쳤다. 이달 초 BIE 실사단의 한국 방문을 전후해서는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대국민 홍보에 총력을 기울였다.

잦은 해외출장과 빡빡한 스케줄에도 언론과의 소통에도 각별히 신경쓰는 모습이다. 한 총리는 취임 후 지난해 말까지 매주 한 차례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가졌다. 지금도 2주에 한번씩 기자들과 만나 주제를 한정하지 않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문답을 하고 있다. 이 때 나오는 즉흥적인 발언이 의도치 않게 말실수 논란을 야기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한 총리는 경제·외교 요직을 두루 거친 정통관료 출신이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낙연-정세균-김부겸 등 문재인 정부 시절 정치인 출신 총리들에 비해 한 총리는 대중들과 만나는 현장방문을 적게 하는 편이라고 한다.

관료 출신 답게 보여주기식 대외행보보다 실무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그로 인해 되레 안팎으로 치이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여론에 민감한 정치인이 아닌 원칙과 신중을 강조하는 관료의 언어에 보다 친숙하다 보니 정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을 두고 대통령실과 엇박자 논란을 일으켰고, 몇몇 현안을 두고는 '총리 패싱' 지적이 일었다는 것이다.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한 총리에게 질문을 집중적으로 쏟아낸다. 지난 4일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한 총리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등 정치인 출신 경제부처 장관들을 두고 야당 의원들의 거친 공세에 사실상 홀로 맞섰다. 정당정치를 경험하지 않은 경제관료 출신의 한 총리가 야당의 집중 타깃이 된 셈이었다.

1949년 6월생인 한 총리는 지난해 만 72세로 역대 두번째 최고령 총리로 임명됐다. 그는 평일 먼 거리를 이동하며 하루에 서너개의 일정을 소화하는 것은 기본이고, 주말에도 각종 국가적 행사와 당정협의 등에 참석해야 할 때가 많다.

지치지 않는 체력으로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는 한 총리를 두고 누군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최고의 스펙에 진보와 보수 정부를 넘나들며 요직을 두루 경험하고 임명직 최고자리인 국무총리까지 이미 경험해본 분이 적지 않은 나이에 고된 일정을 소화하며 부단히 애 쓰는 모습을 보니, 비록 실수가 있더라도 나라를 위해 일하고 있다는 믿음을 가져주고 응원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전노장의 진심을 알아줘야 한다는 얘기로 들렸다.

dream78@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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