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여당의 눈치보기에 4월에 올려받을 전기요금 5800억원만 날린 것 아닙니까?"
전기요금 조정안에 대한 결론이 미뤄지면서 에너지업계 한 관계자가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그는 "예측 가능성은 없고 그저 자구책 돌림노래에 에너지시장도 소비자도 결국 부담만 떠앉게 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정부·여당이 전기·가스요금 조정안을 두고 여론의 반응을 살피느라 이달에는 요금 인상 여부에 대한 결정이 어렵게 됐다. 더구나 올 여름에는 유래없는 폭염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자칫 올 여름부터 요금폭탄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기·가스 요금 관련 민·당·정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3.04.06 leehs@newspim.com |
산업통상자원부와 국민의힘은 그동안 민당정 간담회를 통해 소비자단체, 소상공인단체,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에너지업계 등의 의견을 들었다.
이와 함께 국민의힘은 에너지공기업의 강도높은 자구책 마련을 요구한 바 있다.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는 내부적으로 관리직 이상의 상여급 반납을 논의하고 있고 이들 공기업의 계열사들 역시 비슷한 수준의 자구책 마련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추가적으로 직원의 임금인상율을 낮추거나 동결하는 방식의 자구책 역시 논의 테이블 위에 올라간 것으로 알려진다. 이런 상황에도 국민의힘은 추가적인 자구책 마련을 요구하는 분위기다. 결국 이달 중으로는 물리적으로 전기·가스요금 조정안을 결정하지 못하게 됐다.
전기요금의 경우, 한전은 올해 누적 kWh당 52원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분기별로 13원 가량을 인상하기를 원했다. 이렇다보니 4월 이용분에 대해 소급적용은 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4월 요금 인상에 따른 5800억원에 달하는 추가 요금 수익을 사라진 셈이다.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이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과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의 여론의 뭇매를 우려한 나머지 요금 조정안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405회국회(임시회) 제2차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선에 관한 결의안 심사를 위한 전원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2023.04.11 pangbin@newspim.com |
한 에너지업체 대표는 "정부와 에너지공기업은 현재 꿀먹은 벙어리가 된 상태"라며 "산업부도 에너지공기업도 대안을 최대한 내놓고 조정안을 하루빨리 결정해달라는데 국민의힘이 계속 국민의 눈에 맞는 자구책이지만 찾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실제 국민의 눈에 맞추려면 여당이 나서서 에너지공기업의 적자 탈출과 국민의 부담 증대 등을 놓고 효율안을 먼저 내놔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다른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현재 여당이 요금을 올리는 데 막아서면서 공기업에만 희생하라는 것이 실제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가"라며 "요금조정안에 대한 실질적인 결정권자 역시 책임이 있는 만큼 국회의원들 역시 월급을 일부 내놓는 등 눈높이에 맞는 자체 자구책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에너지공기업에 대한 경영부실이나 직원의 일탈 등이 국회의 지적을 받기는 했으나 반대로 국회의원들의 선거법 위반 등의 비위 의혹도 불거지면서 정치권에 대한 비난도 이어지는 분위기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하루가 더 지날수록 요금에 대한 국민들의 체감도는 더 높아질 것이 뻔하다"라며 "이달에는 조정안을 내놓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biggerthanseou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