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회사분할을 하더라도 행정기관의 처분을 받아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처분이 사라지면 벌점 부과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취지에서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구 한화S&C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입찰참가자격제한 및 영업정지 요청 결정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환송했다.
구 한화S&C는 2017년 7월 용역을 위탁하면서 계약서 교부 발급을 지연하거나 하도급 대금 지연 이자를 미지급해 하도급법 위반에 따라 ▲시정명령 ▲과징금 처분 ▲벌점 등을 부과받게 됐다.
구 한화S&C는 같은해 10월 투자법인인 에이치솔루션과 SI 법인인 신 한화S&C로 물적 분할했다. 한화그룹의 방위산업 계열사 한화시스템은 2018년 8월 신 한화S&C를 흡수 합병했다.
공정위는 2019년 8월 구 한화S&C의 하도급법 벌점 누산 합계가 10.75점이고, 시정조치 및 과징금 부과 처분 등이 회사의 분할·합병에 따라 승계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한화시스템에 입찰참가 자격제한 및 영업정지를 관계 행정기관장에게 요청했고, 한화시스템은 "하도급법상 '벌점의 부과'는 항고 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이라며 벌점 부과 행위에 대해 행정처분이므로 무효라고 맞서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상고심 쟁점은 입찰참가자격제한 등 요청 결정이 항고소송의 대상인 행정처분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원심에서는 한화 측이 승소했다. 각 벌점 부과행위가 행정처분으로서의 성립 요건 및 효력발생 요건, 절차적 요건을 흠결, 외형조차 없어 부존재하거나 하자로 인해 무효이라는 한화 측 주장을 재판부가 받아들인 것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 각 벌점부과행위를 이유로, 입찰참가자격 제한 등 요청 결정은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며 "원고의 주장은 나머지 점에 관해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있다"고 한화 손을 들어줬다.
또 재판부는 대법원이 2007년 선고한 판결의 법리를 인용해 "분할신설회사를 합병한 원고에 대해 분할전회사인 (해당 회사)의 분할 전 법위반행위나 그로 인한 시정조치, 이 사건 각 벌점 부과행위를 이유로 입찰참가자격제한 등 요청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법은 다르게 판단했다. 원심이 하도급상 벌점의 승계 여부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고 했다.
대법은 "원심이 들고 있는 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6두18928 판결은 과징금이 부과되기 전 단순한 사실행위로서의 위반행위만 존재하는 상황에서 회사분할 후 분할신설회사에 과징금 부과처분이 가능한지에 관한 사안이므로 사실관계가 다른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대법은 "회사분할을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공정위)가 해당 사업 부문을 승계한 분할신설회사에 대하여 후속 처분을 할 수 없다고 한다면, 회사분할을 통하여 기존에 부과 받은 벌점 및 이에 따르는 후속 처분을 무력화할 여지가 있어 벌점 부과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없게 된다"고 파기 사유를 설명했다.
공정위가 처분한 구 한화S&C에 대한 시정조치 등은 모두 한화시스템에 승계됐고, 벌점은 회사의 공법상 의무 또는 이와 관련한 재산적 가치가 있는 사실관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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