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대장동 일당의 편의를 봐주고 대가를 받기로 했다는 이른바 '50억 클럽' 중 한 사람으로 지목된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검찰 소환이 임박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는 박 전 특검 측과 소환조사 일정 등을 조율했다. 검찰은 이번 주 중 박 전 특검을 직접 소환해 조사할 전망이다.
[서울=뉴스핌]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지난 2017년 8월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뇌물 제공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결심공판에 참석하며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7.08.07. leehs@newspim.com |
박 전 특검은 2021년 11월과 지난해 1월 두 차례 검찰 조사를 받았으나 모두 기소를 면했다. 이번 소환조사는 50억 클럽 관련해 총 3번째이지만, 검찰이 대장동 사건 전면 재수사에 들어간 이후로는 처음이다.
박 전 특검은 2014년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등 민간업자들이 대장동 개발사업 공모를 준비할 당시 우리금융 사회이사회 의장으로 재직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해 컨소시엄 구성을 도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최근 수사 과정에서 박 전 특검의 청탁 정황에 대한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8일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이순우 전 우리은행장은 박 전 특검의 요청을 받은 뒤 성남의뜰 컨소시엄 참여 검토를 시켰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당시 부행장과 실무자들도 비슷한 취지의 진술을 했다고 한다.
우리은행은 내부 반대로 결국 컨소시엄 참여는 하지 않기로 했으나, 대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참여하겠다며 1500억원의 여신의향서를 냈다.
검찰은 이 같은 결정에 박 전 특검이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의심하고 있으며, 우리은행의 역할이 축소되면서 박 전 특검이 받기로 한 뒷돈의 규모도 200억원 상당에서 50억원으로 줄었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검찰은 최근 김씨와 남욱 변호사 등 대장동 일당을 조사하면서 박 전 특검 측이 컨소시엄 구성을 도와주는 대가를 요구했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 3월 박 전 특검을 압수수색하면서 수사를 본격화한 검찰은 지난 4월 말 우리은행 본점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수사에 속도를 올렸다.
이후 지난달에는 유구현 전 우리카드 대표이사, 이 전 행장, 김종원 전 우리신용정보 대표이사 등 당시 고위 임원을 주요 참고인으로 대거 소환해 조사하기도 했다.
검찰은 지난 12일 박 전 특검의 최측근이자 그와 함께 피의자로 입건된 양재식 변호사도 불러 조사했다. 양 변호사는 박 전 특검과 약 20년간 인연을 맺었으며, 2016년 국정농단 특검팀에서 특검보를 역임한 바 있다.
특검팀의 수사결과 최종발표를 앞둔 6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사무실에 양재식 특검보가 출근을 하고 있다. / 이형석 기자 leehs@ |
양 변호사는 대장동 사업에서 민간업자와 실무 업무를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영학 녹취록'에는 대장동 일당이 우리은행과 관련해 양 변호사를 영입한 것이 '신의 한 수'라고 말하는 부분이 나오기도 해, 그가 당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황이다.
검찰 관계자는 "계속된 수사를 통해 박 전 특검이 대장동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불법적인 대가를 받았다는 실체에 어느 정도 다가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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