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 30대 회사원 A씨는 지난 2020년 말 B은행에서 3% 초반대 금리(변동금리)로 1억원의 신용대출을 받았다. 당시 기준금리는 1%가 채 안됐다. 하지만 2년 후 만기에 따라 신용대출 계약을 갱신하자 적용금리는 7%까지 치솟았다. 가산금리는 그대로지만 기준금리가 5% 가까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연체 비상] 글싣는 순서
1. 저축은행 3곳 중 1곳, 결국 '저신용자' 대출 중단
2. 부실채권 팔아 번 돈 '1500%' 급증···은행권 NPL시장 '씁쓸한 호황'
3. 당국은 "연체율 관리 가능 수준"…시장은 '9월' 위기론
# 40대 회사원 C씨는 2년 전 D은행에서 3억원의 주택담보대출(변동금리)을 받았다. 당시 금리는 2.45%. 하지만 1년 후 금리 재산정 시 2.45%였던 금리는 3.33%로 오르더니 1년 후 금리 재산정 때는 주담대 금리가 5.17%까지 올랐다. B씨가 매달 갚아야 하는 이자는 금리인상 만으로 2년 전과 비교해 70만원 가까이 불었다.
올해 초까지 이어진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A씨와 B씨가 갚아야할 원리금 상환액은 급격히 늘어났다. 회사원인 A씨와 C씨는 불어난 이자가 부담이지만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았기 때문에 그나마 형편이 나은 편이다. 하지만 시중은행 뿐 아니라 연체의 뇌관인 저축은행, 카드론 등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들은 더 이상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몰렸다. 저축은행 연체율이 지난해 3.41%에서 올해 1분기 5.07%로 1.66포인트(p)나 치솟으면서 2016년 이후 6년 만에 5%대 연체율을 기록한 것이 그 징후다. 그 중심에는 코로나19로 폐업 직전까지 간 자영업자 등 취약차주들이 있다.
[자료=이동주 의원실] 2022.10.07 victory@newspim.com |
시장에선 코로나 청구서가 밀려드는 올해 9월 이후를 주시한다. 이른바 9월 위기론이다. 정부가 지난 2020년 4월부터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시행한 '대출 특별 만기연장 및 이자 상환유예 조치'가 5차례 연장 끝에 오는 9월 종료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도 9월 이후 금융권 연체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는 데는 어느 정도 동의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가계대출 동향 및 건전성 점검 회의'에서 "부동산시장 연착륙이 가시화하기 전까지 부동산 관련 여신의 연체 압력이 지속될 것"이라며 "9월 말부터 코로나19 상환유예 여신의 상환이 개시되면 연체율 상승 압력이 커질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했다.
다만 금융시스템의 건전성·안전성을 위협할 정도의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상환유예 여신의 절대 규모(3월 말 6조6000억원)가 크지 않고 80% 이상 대부분 은행에서 취급됐다는 이유다. 금감원에 따르면 은행 상환유예 여신 5조3000억원 전액 연체를 가정하면 연체율이 0.57%까지 상승하지만, 과거 10년간 은행 장기 평균 연체율 0.78% 대비 낮은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최근 금융권의 연체율과 관련해 "일부 2금융권의 잠재부실채권 매각·상각 관리를 챙겨야 하지만, 연체율은 여전히 관리 가능한 수준 안에 있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 위험한 통계 수치, 시장과 업권에서 감지하는 '경고음'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지난 3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0.37%로 전월 대비 0.20%p 올랐다. 여기에 자영업자가 은행 대출을 제때 갚지 못해 정부 재원으로 대신 갚아주는 대위변제는 급증하고 있다. 양정숙 무소속 의원이 신용보증재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17개 지역신용보증재단의 소상공인 대출 보증 상품에 대한 대위변제율은 지난 3월 기준 1.8~4.9%로 작년보다 최대 8배 증가했다. 채무 상환의 한계에 이른 자영업자들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권 연체율도 중요하지만 지역신용보증재단의 대위변제율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자영업자의 대출 부실이 커지면서 보증재단의 파산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최근 금융연구원이 발표한 '저축은행 가계신용대출의 연체 요인 분석 결과 보고서'는 9월 이후 연체율 급등 가능성을 제기했다.
오태록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제도권 금융에서 추가 신규대출이 발생하지 않은 대출자의 3개월 내 연체진입 확률은 유사한 특성을 가진 신규대출 발생 차주보다 44%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를 감안할 때 상환유예 또는 만기연장 종료 이후에는 추가 대출이 어려운 차주를 중심으로 연체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오 연구위원은 이어 "대출자의 실질적인 상환부담과 연체 가능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현재까지의 상환양상, 신규대출 발생 여부, 만기도래 분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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