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송현도 인턴기자 =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작년에도 침수 피해를 겪었는데, 한번 물이 들어오면 허리까지 물이 차서 움직이질 못한다"
지난해 침수 피해가 일었던 서울 관악구 도림천 인근에 사는 권모(60)씨는 집 앞에 설치된 물막이판을 바라보며 이같이 말했다. 도림천 인근 저지대 주거지역은 작년 폭우 당시 반지하에 살던 일가족 3명이 미쳐 빠져나오지 못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곳이다.
22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오는 25일 시작되는 장마를 기점으로 폭우가 예상되자 지난해 침수 피해를 입었던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관할 지자체에서는 앞다투어 침수대비 대책을 내놨지만 시민들은 '역부족'이라는 반응이다.
[서울=뉴스핌] 송현도 인턴기자 = 작년 폭우 당시 불어난 물이 배수관을 역류하고 있다/독자 제공 2023.06.22 dosong@newspim.com |
각 지자체는 장마를 앞두고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해당 사건이 발생한 후 관악구청은 침수피해 지역 가구를 대상으로 신청 주민에 한해 물막이판 무료 설치와 양수기(물을 퍼 올리는 기계) 증설 배치, 배수관 청소 등의 침수 대책을 내놓았다.
관악구청 관계자는 "작년 침수 반지하주택 4800 가구를 대상으로 설치를 실시해 1400여 세대 가량 완료한 상태"라며 "신청제라 현재도 해당 사업을 지원 중에 있다"고 전했다.
물막이판은 노면수(지면에 흐르는 물)가 창문을 통해 주택을 내려오지 못하게 하는 침수 방지책으로, 노면수를 차단하는 효과적인 단기 방지책이다. 공하성 우석대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물막이판은 제대로 설치 시 일차적으로 침수를 막을 수 있는 방지책"이라고 했다.
강남과 청남 일대 빌딩은 지난해 폭우 시에도 입구에 설치한 물막이벽으로 피해가 미미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뉴스핌] 송현도 인턴기자 = 관악구청은 도림천 일대 주택구역에 차수막 설치 사업을 진행 중이다. 2023.06.22 dosong@newspim.com |
다만 반지하의 경우 물막이판 실효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저지대의 경우 침수피해가 일어났을 때 창문에 물막이판을 설치한다 해도 집 자체가 잠겨버리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침수 피해가 심각한 강남구·관악구 주민들의 우려는 불식되지 않고 있다. 강남역 9번 출구 앞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점주 A씨는 "지난해 강남 침수 당시 가게까지 밀려온 물에 진열해놓은 상품이 쓸려나가자 막으려다 물길에 휩쓸릴 뻔 했다"며 "잠도 못자고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다. 혹시나 작년처럼 다 휩쓸릴까봐"라고 말했다.
서초구에서 20년 동안 부동산을 운영한 B씨 또한 "아직도 사무실 곳곳에 작년 침수 흔적이 가득한데, 또다시 침수가 될까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사고가 났던 도림천 반지하에 가보니 창문 높이보다도 물막이판을 더 낮게 설치를 해놨더라. 그건 완전히 말이 안된다"라며 "최소한 창문 높이만큼은 설치를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울 시내 반지하 가구가 30만이 넘는다. 그분들이 하루 아침에 나갈 수 있는 시설이 어디 있겠느냐"며 "지역 주민들과 지자체가 힘을 합쳐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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