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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A 칼럼] 러시아·우크라 전쟁과 미중 디리스킹 상관관계는

기사등록 : 2023-07-24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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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와 국익 외교의 이분법을 넘어서자

[서울=뉴스핌] 이영태 외교안보선임기자 = 미·중 관계를 상징하는 단어가 '디커플링'(De-Coupling, 탈동조화)에서 '디리스킹(De-Risking, 위험완화)'으로 바뀌고 있다.

이달 초 중국을 방문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미국은 (중국과) 디커플링이 아닌 디리스킹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디커플링은 양국에 재앙이 될 것이며 세계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실행할 수도 없다"고 단언했다. 지난달 방중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같은 입장을 발표했다.

중국 베이징에서 기자회견 중인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 [사진=로이터 뉴스핌] 2023.07.10 kwonjiun@newspim.com

'디커플링'은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중국을 적극적으로 배제하고 고립시키는 패권 전략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시작된 미국의 디커플링 전략은 바이든 행정부까지 그대로 이어지고 있으며, 미중 간 무역전쟁과 첨단기술 등 각종 패권경쟁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대부분의 외교안보·경제정책에 있어 트럼프 행정부와 차별화된 행보를 보이는 바이든 행정부지만 유독 대중국 관계에 있어서만큼은 정권 교체가 무색할 정도로 비슷한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디커플링'은 한동안 미중관계를 상징하는 키워드로 손색이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미국이 '디리스킹'이란 새로운 전략을 들고나왔다.

디리스킹은 중국을 완전히 배제하고 봉쇄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 리스크를 어느 정도 안고 가면서 관리해 나가자는 취지로 제안된 개념이다.

디리스킹이란 용어가 먼저 등장한 것은 미국이 아니라 유럽연합(EU)에서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 1월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디리스킹'이란 단어를 처음 사용했다. 4월 초 중국 방문을 앞둔 3월 말 유럽정책센터 연설에선 "중국을 완전히 배제하는 디커플링은 실행가능하지도 않고 유럽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공동성명에도 "중국과 디커플링하지 않고 디리스킹하겠다"는 내용이 언급됐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의 '책사'로 불리는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2020년 5월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에 기고한 글에서 "소련보다 훨씬 더 강력한 경쟁자, 바로 중국이다. 그렇다고 소련에게 했던 것처럼 봉쇄전략을 쓸 수도 없다. 트럼프식 압박도 통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이제 전혀 다른 방식을 써야 한다"며 이미 '디리스킹'으로 방향 전환을 예고한 바 있다.

미국이 대중전략을 '디리스킹'으로 전환한 가장 중요한 배경으로는 미중 간 교역규모나 상호 경제구조, 핵심자원 공급망 등이 이미 '디커플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점이 꼽힌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지난 3년간 디커플링 정책에도 불구하고 미중 간 교역규모는 이전보다 확대돼 연간 7000억달러에 달한다.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위협 속에서 미국 서민들은 '메이드인 차이나' 제품 없이는 생활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주목하고 있는 또 하나의 중대 변수는 바로 우크라이나 전쟁이다. 지난해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으로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은 어느덧 1년 5개월째를 맞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자 미국으로선 러시아를 견제하는 동시에 중국과의 '탈동조화'를 유지하는 전략이 더 이상 불가능해졌다는 진단이다.

즉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직접적 위협을 상대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세계 2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을 완전히 봉쇄하기가 불가능하자 일단 중국의 도전을 현 상태에서 관리할 수 있는 수준으로 묶어놓겠다는 전략이 바로 '디리스킹'이란 설명이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얼마나 지속될 것 같냐는 질문에 "핵심은 미국 바이든 대통령과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의지인데 여기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변수가 바로 중국"이라며 "중국이 지금처럼 러시아와 밀착하도록 방관해서는 국제사회의 대러 제재도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당국자는 "지금은 미국이나 러시아 모두 출구전략이 필요한 시점인데 여기서 미국이 '디리스킹'으로 대중전략을 전환했다는 것은 큰 의미를 갖는다"며 "미국으로선 당분간 중국을 중립지대에 묶어놓고 시급한 러시아의 위협을 먼저 처리하는 방향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익보다는 가치 외교를 표방한 한국 정부의 선택이다. 미국이 가장 큰 도전이자 위협으로 간주하는 대중국 전략을 전환해가면서까지 국익을 도모하고 있는데 한국 정부가 '가치'만 추구하다 '국익'을 외면하진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국익'이 가치보다 무조건 중요하다는 뜻이 아니라 국익과 무관한 '가치'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medialyt@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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