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김명은 기자 = 국내 단기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플랫폼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알바몬과 알바천국이 가격과 거래조건을 담합한 사실이 드러났다.
2018년 역대 최고 수준의 최저임금 인상으로 중소사업자의 부담이 늘어나고 구인·구직난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로, 당국은 이들의 위법성이 중대하다고 판단했다.
◆ 알바 플랫폼 시장점유율…알바몬 64%, 알바천국 36%
공정거래위원회는 2018년 5월부터 2019년 3월까지 가격과 거래조건을 담합한 알바몬, 알바천국 운영사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6억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24일 밝혔다.
과징금 규모는 알바몬 운영사인 잡코리아 15억9200만원, 알바천국 운영사인 미디어윌네트웍스 10억8700만원이다. 공정위는 유료서비스 관련 매출액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산정했다.
알바몬과 알바천국은 2020년 매출액 기준 각각 64%와 36%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단기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플랫폼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구인 공고는 노출 형태에 따라 줄글형, 배너형, 점프 상품 등으로 구분된다. 무료로 제공되는 '줄글형 상품'은 24시간 검수를 거친 후 노출되며, 이러한 절차 없이 즉시 줄글형으로 공고하기 위해서는 '즉시 등록 상품'을 유료로 이용해야 한다.
눈에 잘 띄는 '배너형 상품', 줄글형 공고의 노출 순서를 올려주는 '점프 상품' 또한 유료로 제공된다. 그 외 구직자의 이력서를 열람할 수 있는 '이력서 열람상품', 구직자에게 문자를 발송하는 '알바제의 문자'와 같은 유료서비스도 존재한다.
두 업체는 온라인 단기 구인·구직 플랫폼 시장의 성장률이 둔화하고 2018년 역대 최고 수준으로 최저임금이 인상되자 매출이 떨어질 것에 대비해 담합에 나섰다.
시장을 양분하는 상황에서 한 업체가 단독으로 가격을 올릴 경우 이용자들이 상대 플랫폼으로 이탈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고인혜 공정위 서비스카르텔조사팀장은 "온라인 플랫폼 분야는 초기에 많은 이용자를 확보해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처음에는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후에 시장이 독과점화되면 점차 유료 전환, 가격 인상을 통해 수익을 늘리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 무료공고 게재 기간 10일→5일…유료서비스 가격도 인상
두 업체는 2018년 5월 31일 1차 합의를 통해 무료서비스를 축소하고, 유료서비스의 구매 주기를 단축하기로 하고 같은해 6~7월 시차를 두고 이를 실행했다.
구체적으로는 무료공고 게재 기간을 10일에서 7일로 단축하고, ID별로 무제한이던 무료공고 게재 건수도 5건으로 줄였다. 무료공고를 할 수 없는 업종을 늘리는 한편 무료공고 사전 검수 시간도 기존 12시간에서 24시간으로 연장했다. 유료서비스 또한 공고 게재 기간을 기존 31일에서 21일로 축소했다.
그럼에도 매출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이들은 2018년 11월 8일 2차 합의를 통해 무료서비스를 더욱 축소하고 유료서비스 가격도 함께 인상하기로 했다. 이후 2019년부터 시차를 두고 이를 실행에 옮겼다.
무료공고 게재 기간은 5일로, 게재 건수는 3건으로 축소했고, 유료서비스 공고 게재 기간 역시 14일로 줄였다. 아울러 이들은 즉시등록 상품의 가격을 기존 7700원에서 8800원으로 약 14% 인상하고, 이력서 열람서비스, 알바제의 문자 상품의 가격도 건당 440원으로 동일하게 인상했다.
공정위는 두 업체의 담합으로 관련 시장의 가격과 거래조건 경쟁이 사실상 차단됐다고 봤다.
특히 역대 최고 수준의 최저임금 인상으로 중소사업자의 부담이 늘어나고 구인·구직난 또한 심화된 상황에서 담합 행위로 이용자들의 부담을 더욱 가중시켰다는 점에서 위법성이 중대하다고 판단했다. 2018년 최저임금은 전년 대비 16.4% 오른 7530원이었다. 이번 담합으로 중소사업자와 소상공인들이 피해를 본 것으로 공정위는 파악했다.
고 팀장은 "이번 조치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이 무료서비스를 축소하고 유료 전환을 유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담합을 제재한 최초의 사례"라며 "가격 담합 뿐만 아니라 무료서비스 관련 거래조건 담합도 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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