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25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심판 사건 선고기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내에는 취재진을 비롯해 방청을 온 시민들과 이태원 참사 유가족, 야당의원 등으로 가득 찼지만 대체로 조용한 분위기였다.
오후 2시 정각 무표정한 얼굴의 재판관들이 차례로 입정하면서 대심판정에 긴장감이 흐르기 시작했다. 재판관들의 발소리 마저 크게 들렸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관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를 위해 입장하고 있다. 2023.07.25 mironj19@newspim.com |
가장 먼저 이종석 대법관이 이 장관의 사전 재난예방조치 의무 위반, 사후 재난대응조치 의무 위반, 참사 발생 이후 부적절한 언행에 관한 법정의견을 밝혔다.
"참사를 앞두고 핼로윈 축제에 인파는 예상했으나 다중밀집사고 자체를 예상하긴 어렵다", "피청구인이 현장상황을 보고받은 당시 재난 원인과 유형, 피해상황 및 규모가 명확히 파악되지 않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설치 운영을 쉽게 결정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탄핵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말에 방청석에서는 한숨소리가 흘러나왔다. 국회 측 대리인단도 재판부를 슬쩍 쳐다보고 메모를 하기 시작했다. 반면 이 장관 측 대리인단은 여유로운 태도를 보였다. 마치 탄핵 기각이 될 것으로 예상이라도 하듯이...
이후 정정미 대법관이 "참사 원인과 대처의 적절성이 논란이 된 와중에 피청구인이 한 발언은 책임을 회피하는데 연연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는 언행이었고 이는 참사 피해자와 유족들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에게도 커다란 실망감을 안겨주는 것이었다"며 "피청구인의 언행은 재난 및 안전관리 행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키는 품위손상행위이자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말하자 분위기는 달라졌다.
이 장관 측 대리인도 순간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몇 분 사이에 탄핵 기각 분위기와 인용 분위기가 오간 셈이다.
그러나 이윽고 "이러한 품위유지의무 위반만으로 피청구인의 파면을 정당화하는 사유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하자 곳곳에서 다시 한숨 소리가 들렸다. "주문. 이 사건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재판관들은 전원일치로 이 장관이 재난안전법과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했다거나 헌법상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을 내린 것이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의 선고 이후 대심판정에는 한동안 적막이 흘렀다. 재판관들이 모두 나간 후 방청석에서는 작은 울음소리가 터져나왔다. 유족들은 약 30분 가량 진행된 선고 내내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며 서로를 끌어안았다.
헌재 밖에서 고성이 들리기 시작했다. 대심판정 내의 적막감과 너무 대비됐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이날 오후 탄핵 선고가 끝난 직후 헌재 앞에서 "지금이라도 (이상민 장관) 스스로 물러날 것을 촉구한다"며 헌재의 결정을 규탄했다. 시민단체와 경찰이 뒤범벅됐고, 유족 중 한 사람이 실신해 119구급 차량이 이송했다.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의 차이라면 과한 표현일까? 생사(生死)와 다를 게 없었다. 이태원 참사의 생사가 오간 그날처럼. 최근 일어난 청주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사고의 유족들의 마음 또한 이들과 다를 게 없어 보였다.
국회는 지난 2월 8일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의 책임을 묻기 위한 이 장관의 탄핵소추안을 의결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기본소득당이 발의에 참여했다. 다음 날인 9일 탄핵소추안이 헌재에 접수됐고, 헌재는 신속한 사건 심리를 위해 이종석 재판관을 주축으로 TF를 가동하며 집중 심리를 이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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