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학자들은 대한민국은 출산 파업중이고,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소멸할 국가라고 말한다. 이러한 인구 대위기에 이민수용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정작 중앙정부는 이민정책에 대한 밑그림이나 정책을 총괄하는 부서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야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과 산업인력 부족해소를 위한 단편적인 논의들이 시작되었지만 국민적 공감대나 미래에 대한 청사진 없이 정치적 찬반 논쟁만 하고 있다. 이에 뉴스핌에서는 기획시리즈를 통해 저출산 초고령사회에서 인구문제와 지방소멸 현실을 짚어보고, 각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통해 한국형 이민정책(K-이민정책)에 대한 길을 제시해 본다.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지난 7월, 법무부는 올해 상반기 출입국사범에 대해 정부 합동으로 상시 단속 체계를 가동해 불법체류(미등록)외국인 2만427명을 단속해 그중 1만 8782명을 추방(강제퇴거 조치)했다고 밝혔다. 법무부에 따르면 외국인 불법체류자는 7월 말 기준 사상 최대인 42만9000 명에 이른다. 10년 전과 비교해 배 이상 늘어난 수치로, 38만여 명인 세종시 인구보다 많다.
우리나라가 이처럼 '불법 체류자'로 불리는 미등록 외국인에게 엄격한 이유는 불법체류자를 범죄자로 인식하는 시선과 언제라도 해소해야 하는 대상으로 삼는 기조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법과 원칙'을 조직의 모토로 삼고 있는 법무부가 불법을 조장하거나 방조하는 일은 할 수 없다는 노릇이다. 하지만 인권단체에서는 '토끼 몰이식' 불법체류자 단속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농어촌과 산업현장에서도 한참 일하는 시기에 대안도 없이 무차별적인 단속을 해버리면 어쩌라는 것이냐고 항의하기도 한다.
인천에서 몽골 국적의 태권도 지역 대표 A군(17)이 억울하게 경찰에 연행돼 조사받는 사건이 벌어졌다. 편의점 절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실제 A군이 절도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A군의 불법 체류를 의심하며 경찰서로 연행한 뒤 이유 없이 불법 체류, 절도, 마약 등을 연루시켜 조사했다. A군은 심리적으로 크게 충격을 받았다.
문제는 이렇게 불법체류자를 단속해도 '밑빠진 독에 물 붇기 식'으로 그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단속현장에서는 외국인과 단속공무원의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아 일각에서 불법체류 단속 무용론이 나오는 이유다.
수원출입국·외국인청은 20일 새벽 경기도 광주시 직업소개소 밀집지역에서 외국인들에 대한 불법취업 및 불법고용·알선 방지를 위한 점검·계도활동을 실시했다. [사진 = 수원출입국·외국인청] |
단순히 불법체류 수가 증가하는 것보다 더욱 심각한 것은 합법 대비 불법의 비중이 너무 높은 것이다. 현재 전체 체류자 대비 불법체류자하는 비중이 17.5%인데, 2013년 11.6%에 비해 그 증가폭과 속도가 심각하게 빠빠르다.
결국 외국인 노동시장의 수요를 충분하게 반영하지 못한 결과로 볼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불법의 일반화'가 진행하고 있으며 향후 정상적인 이민정책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지방 중소기업과 농어촌 등 산업현장에서는 합법이나 불법을 골라서 선택할 수 없는 지경으로 인력부족에 시달리는데,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지방에서는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로 대체해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지방을 기피하는 현상이 심각해지면서 합법적인 외국인들로도 일손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이 불법체류 외국인을 고용해야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특히, 우리나라는 '고용허가제'를 통해 외국인 근로자를 합법적으로 입국시켜 인력이 부족한 분야 그중에서 3D업종을 중심으로 활용하고 있다. 현재 이들이 최대 4년 10개월 동안 국내에서 머문 뒤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노동력이 지속적이지 않고 숙련공으로 활용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이 과정에서 합법적 외국인 근로자가 체류 만기 후에도 계속해서 국내에 머물게 되면서 불법 체류자가 된다. 전체 불법체류자의 구성을 보아도 등록외국인 중에 불법체류로 전락하는 비율이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근로자들이 가장 높다.
고용허가제가 애초 목적인 '단기순환 원칙'에서 실패했다는 분석이다. 어차피 한국에서 일정기간 근로하고 나면 한국 사정을 속속히 파악해 불법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없는데, 이들이 순순히 자진해서 돌아갈 것이라고 믿고 제도를 만든 것 부터 출발이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이민정책연구원 이창원 박사는 "임금 체불이 되어 돈을 못 받으니 못 돌아가는 사람도 있고, 고용주가 그냥 얘기 안 할 테니 계속 일하자고 제안해서 남아 있는 경우도 있다"며 "또 한국에서 4년 넘게 일하고 고국에 돌아간 뒤 더 좋은 직업을 찾고 새롭게 뭘 시작하는 것도 쉽지 않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어 "미등록 외국인이 계속 시장에 늘어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한다"며 "법질서 차원에서 이들이 가장 먼저 팽(버림받음) 당할 수 있는 입장이기도 하고 임금 체불 등에 대해서 제대로 신고도 못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그러면서 "미등록자를 활용해서 쓰는 구조 외에 정부 차원의 다른 방법을 강구하고 이에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습니다.
mky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