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1년전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110조원 규모 정기예금 '머니무브'가 금융권 화두로 떠올랐다. 이미 시중은행과 제2금융권 모두 예금 재유치를 위한 고금리 특판 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금융당국은 시장안정을 위한 금리규제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과도한 개입 시 소비자 실익 침해 가능성이 높은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18일 금융당국 관계자는 "시장안정을 위해 고금리 특판 상품에 대한 정부 차원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일정부분 공감하지만 과도하게 단속하면 (당국이) 소비자 혜택을 막는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며 "은행권 스스로 소비자 기만 요인을 배제하고 동시에 시장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자율적으로 대응하는 쪽으로 유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1년전 레고랜드 사태 당시 금융권에서 유동성 확보를 위해 고금리로 유치한 정기예금의 규모는 약 116조원(2022년 8~11월 증가분). 내달부터 본격적인 만기가 도래함에 따라 예금 재유치를 위한 은행권의 고금리 특판 경쟁이 다시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핌DB] |
이에 금융당국은 상호금융권을 대상으로 자금 재유치 상황과 금리 수준을 매일 보고받는 등 시장 과열에 대비한 모니터링에 들어간 상태다. 일각에서는 시중은행에 대한 집중 규제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고금리 예금에 대한 과도한 규제에 나설 경우 소비자 실익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 또한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게 당국 관계자의 설명이다. 통상 예금상품의 경우 수익률은 낮지만 안정성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선택하는 경향이 큰데 시장안정을 이유로 고금리를 규제하면 이들에게 돌아가는 수익 자체를 정부가 인위적으로 축소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관계자는 "금융 소비자들의 권리를 보장하고 부당한 손해를 입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라고 "관련 부서에서 시장감독을 강화하겠지만 상품 출시 과정에서 고금리 자체를 규제할 계획은 아직 없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금융당국은 특판 예적금 광고 시 최고금리와 함께 기본금리를 반드시 표기하고 두 대금리 지급조건을 명확히 해 실현(달성) 가능성이 낮은 조건을 자연스럽게 퇴출하는 등의 가이드라인을 은행권에서 자율적으로 적용하도록 조치하고 있다. 대신 위반시 관련법에 의거해 처벌하는 등 사후규제는 강화할 방침이다.
다만 고금리 예금이 결국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는 향후 추가적인 규제 강화 가능성은 남아있는 상태다. 이미 가계대출이 역대 최대 규모로 불어난 상황에서 대출금리까지 추가로 높아진다면 차주들의 부담 증가가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복현 금감원장 역시 지난달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금융권이 가계대출 확대 및 고금리 특판 예금 등을 외형 경쟁을 자제하고 연체율 등 자산 건전성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바 있다.
이 같은 움직임에 은행권에서는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는 상품 출시를 자체적으로 자제하고 금융당국 방침을 주시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현실적으로 달성 가능성이 낮은 우대금리 조건은 삭제해 소비자 혼선을 최소화하는 등 내부단속에 나설 예정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1년전에는 레고랜드 사태로 부동산 PF 대출 연체 등이 부각, 시장에 급격한 위기론이 등장하는 등 혼선이 커 유동성 확보에 과도하게 집중한 경향이 있다"며 "이번에는 당국에서 미리 단속 의지를 내비치고 있고 시장도 그때와는 다르기 때문에 제재를 받을 정도의 경쟁을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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