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레고랜드 사태' 1년을 앞두고 100조원 규모의 은행 예금만기가 도래하면서 금융권 고금리 '수신 경쟁'이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이후 유입된 예금의 만기가 대거 도래하며 자금 향방에 따라 금융시장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여파로 올해 9월 이후 연말까지 약 100조원 규모의 예금 만기가 도래한다. 최근 은행권에서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연 4%대 정기예금이 다시 등장하는 등 고금리 수신 경쟁이 가열되는 모습이다. 통상 예·적금 만기가 1년 단위로 돌아오는 만큼 대규모 자금 재유치를 놓고 선제 대응에 나선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 이날 공시된 은행권 정기예금(만기 12개월) 36개 예금 상품 중 7개가 최고 4%대 금리를 제공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북은행의 'JB 123 정기예금'이 최고 연 4.15%의 금리를 제공한다. SC제일은행의 'e-그린세이브예금' 연 4.10%, DGB대구은행 'DGB함께예금' 연 4.05%, Sh수협은행 'Sh첫만남우대예금' 연 4.02% 상품을 내놨다. BNK부산은행 '더(The) 특판 정기예금'과 대구은행 'IM스마트예금', 케이뱅크 '코드K정기예금'이 연 4.00%를 제공한다.
5대 은행의 예금금리도 4%에 육박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주요 정기예금 상품 최고금리는 이날 기준 연 3.88~3.9%다. 이달 초 연 3.70~3.85%에서 상승했다.
은행별로 국민은행 'KB star 정기예금'·신한은행 '쏠편한 정기예금'·하나은행 '하나의정기예금'·농협은행 'NH올원e예금'이 연 3.9%를 제공하며 우리은행 'WON플러스예금'는 연 3.88%다. 인터넷은행 케이뱅크는 최근 '코드K 정기예금(만기 1년)' 금리를 기존 연 3.8%에서 연 4.0%로 0.2%포인트(p) 올렸다.
금융권에선 지난해 자금시장을 패닉으로 몰았던 '레고랜드 사태' 후폭풍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9월 28일 불거진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 시장이 얼어붙으며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은행들은 수신 금리를 높이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당시 은행권은 연 5~6% 고금리 특판 예적금을 앞다퉈 출시해 시중 자금을 끌어들였다. 지난해 7월 1927조5169억원 수준이던 예금은행 원화예금 잔액은 같은 해 11월 1973조1725억원으로 네 달새 50조원 가량 늘었다.
금융권에서는 올 9월 이후 연말까지 도래하는 예금 만기 규모가 1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문제는 은행권 수신금리 경쟁으로 예금금리가 오르면 대출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수신금리 인상과 은행채 발행 물량이 커지면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점점 어려워질 수 있다. 레고랜드 사태 후폭풍에 금융시장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경록 신영증권 연구원은 "작년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고금리 시기에 조달했던 정기예금의 만기가 도래하면서 금융시장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며 "올해 5월부터 은행 정기예금이 다시 순증으로 전환했고 예금금리도 3% 중반대에서 상승추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지난 8월에는 은행채가 간만에 순발행으로 전환하고 CD금리도 급등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불안을 키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도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달 금융 상황 점검 회의에서 "(금융권이) 가계대출 확대, 고금리 특판 예금 취급 등 외형 경쟁을 자제하고 연체율 등 자산 건전성 관리를 강화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저축은행과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 관계자들을 불러 다음 달 중순부터 자금 재유치 상황과 금리 수준을 매일 보고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