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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경쟁국, 신기술에 공장 신설까지…삼성·SK '패키징' 입지 높여라

기사등록 : 2023-09-21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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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유리기판', TSMC '공장 추가 건설' 등 경쟁 치열
후발주자 국내기업, 패키징 투자 확대 필요성 커져

[서울=뉴스핌] 이지용 기자 = 미국과 대만, 중국 등 반도체 경쟁국들이 '반도체 첨단 패키징(후공정)' 신기술을 개발하고 공장 건립까지 나서는 등 첨단 패키징 공정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속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최근 반도체 공정에서 첨단 패키징의 중요도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패키징 후발 주자인 국내 기업들의 입지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시장조사업체 욜인텔리전스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374억 달러(약 48조원)였던 첨단 패키징 시장 규모는 오는 2027년 650억 달러(약 83조5000억원)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당초 패키징은 반도체 원판인 웨이퍼에서 만든 칩을 기기에 연결하도록 가공하는 후공정이 대부분이었지만, 여러 개의 반도체를 수직으로 적층하거나 서로 다른 반도체를 연결하는 '첨단 패키징(어드밴스드 패키징)'을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첨단 패키징 공정을 통해 반도체 자체의 성능까지 개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첨단 패키징 신기술에 이어 관련 공장을 추가로 건설하는 등 패키징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국내 기업들의 입지도 위협받고 있다. 사진은 인텔이 최근 발표한 유리 기판. [사진=인텔]

이에 따라 최근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첨단 패키징 신기술 개발 및 투자 규모 확대가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의 인텔은 지난 18일 '유리 기판'을 적용한 반도체 시제품 생산에 성공했으며, 첫 유리 기판 반도체 제품을 이르면 오는 2025년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기판은 PC 등 IT 기기 안에서 반도체칩과 메인기판(마더보드)가 호환하도록 칩 아래에서 임시 다리역할을 하는 부품이다. 이 같이 반도체칩과 기판을 잇는 과정은 패키징 공정 중 하나다.

인텔은 당초 플라스틱으로 만들던 기판은 표면이 거칠고 두께를 줄이기 어려워 패키징 과정 중 기판이 휘는 문제가 있다는 점을 감안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유리 소재를 개발한 것이다. 유리 기판은 플라스틱보다 매끄럽고 두께가 기존보다 4분의 1이상 얇아 전력 소모량을 줄일 수 있어 첨단 반도체 생산에 유리하다.

업계에서는 인텔의 이번 유리 기판 개발이 패키징 시장에서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기존 패키징 공정보다 크게 개선된 반도체 성능을 앞세워 시장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는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등 첨단 산업 분야의 고객사들을 끌어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초 패키징 분야에서는 유기 재료의 한계 등으로 기술 개발의 어려움이 있었다.

인텔은 이번 유리 기판 개발을 위해 미국 애리조나주 챈들러에는 10억 달러(1조3000억원)를 들여, 유리 기판 R&D 라인을 갖추기도 했다.

특히 지난 20일에는 대만의 TSMC가 미국 애리조나주에 짓고 있는 공장 2개에 이어 현지에 첨단 패키징 공장 추가로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TSMC는 이를 통해 3·4나노 이하 미세 공정의 반도체에 적용하기 위한 첨단 패키징 기술을 개발시킬 의도로 풀이된다.

미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를 받고 있는 중국 또한 첨단 패키징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패키징 분야는 다른 반도체 공정과 달리 미국의 수출 규제 대상 장비인 'EUV(극자외선)' 노광장비 등이 필요가 없어 자체 기술로도 개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중국 과학기술부 산하 중국 국립자연과학재단(NSFC)이 640만 달러(약 84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칩렛' 연구에 나섰다고 밝혔다.

NSFC는 "칩렛 개발을 통해 중국의 새로운 기술 경로를 찾고, 이 장치의 성능을 1~2단계 높이겠다"며 첨단패키징 육성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칩렛은 하나의 반도체를 기능별로 나눠 제작한 뒤 다시 모으는 기술로 단가 절감 및 높은 수율 확보의 장점이 있다.

이 같이 각 국의 글로벌 반도체 경쟁 기업들이 첨단 패키징 시장에 공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의 입지 또한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패키징 후발 주자로, 현재 TSMC 등 글로벌 기업들과 기술 격차가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투자 규모도 아직 글로벌 기업들에 비해 부족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글로벌 기업들의 첨단 패키징 투자액 160억 달러(약 21조원) 가운데 인텔(30%)과 TSMC(25%) 등이 대부분의 비중을 차지했다. 국내 기업 중 순위권에 이름을 올린 기업은 삼성전자가 유일했으며, 삼성전자의 투자액은 약 1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로고(위)와 SK하이닉스 로고(아래). [사진=뉴스핌DB]

한 업계 관계자는 "TSMC 등 경쟁 기업들은 대규모 투자를 통해 이미 패키징 생태계를 구축, 고객사들의 요구사항에 맞춰 첨단 패키징 공정을 이어가고 있다"며 "삼성과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은 설계 등 전(前) 공정뿐만 아니라 패키징에 투자 규모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은 이를 의식해 최근 첨단 패키징 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올해 '어드밴스드 패키징(AVP)' 팀을 신설해 패키징과 관련한 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150억 달러(약 20조원)를 들여 미국에 첨단 패키징 및 R&D 센터 건설을 추진할 전망이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패키징이 중요해지다보니 인텔 등 경쟁 기업들은 기술 개발 및 투자에 힘쓰고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고객사 확보에 나서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패키징은 다른 공정에 비해 투자를 하면 성과가 쉽게 날 수 있는 공정인 만큼, 국내 기업들의 집중 투자가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도 "앞으로 첨단 패키징 분야의 성장 속도는 지금보다 더 빨라질 것"이라며 "어느 기업이 투자에 적극 나서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leeiy5222@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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