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금융당국이 보이스피싱 등 비대면 금융사고를 막기 위한 조치에 나선 가운데 이복현 금감원장이 사고 발생 시 은행들이 자발적으로 책임지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소비자 과실이 있더라도 고의적이거나 매우 중대한 경우를 제외하면 은행이 일정 부분 피해 보상을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5일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 운영 가이드라인'과 '비대면 금융사고 책임분담기준'을 발표하고 은행권과의 자율협약을 통해 내년 1월 1일부터 적용한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3.09.04 leehs@newspim.com |
가이드라인은 은행이 FDS를 통해 ▲미사용 단말(휴대폰) 사용 여부 ▲거래 내역이 없는 계좌로 송금 ▲미성년 또는 고령자 계좌의 다회(고액) 이체 등 이상거래징후를 사전에 포착, 보이스피싱이나 스미싱 등으로 인한 피해를 사전에 차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책임분담기준은 은행이 FDS를 운영했음에도 금융사고(금융범죄)가 발생한 경우, 은행의 사전예방 미흡 여부에 따라 소비자 피해를 일정 부분 구제하는 방안이 핵심이다. 소비자 과실이 있더라도 매우 중대하거나 고의적이지 않으면 은행이 피해액의 일정 부분을 책임지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은행들은 자체적으로 FDS를 운영해 왔지만 이번 협의를 통해 보다 고차원적인 시스템을 은행권 전반에 적용하자는 것"이라며 "전산적으로 구현할 시간이 필요해 내년초부터 시행하지만 그전에도 가능한 은행들은 선제적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번 조치는 그동안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일단 소비자 과실 100%에서 보상 논의가 출발했지만 앞으로는 은행들이 자발적으로 어느 정도 이상은 우리가 책임을 지겠다는 협의를 이끌어 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보이스피싱 등 비대면 금융사고가 은행들의 서비스 고도화 과정에서 파생된 불가피한 피해라는 점에서 소비자 과실이 있더라도 일정 부분 이상은 은행이 책임을 지는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원장은 "자동차 사고는 자동차가 많아지면서 일어난다. 그래서 보험금 등으로 그 피해에 대비하고 있다"며 "금융시장이 커지면서 금융사고가 빈번히 일어나는 만큼 그 피해를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이 아닌 은행 등 이해관계자와 배분하자는 고민이 담긴 조치"라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가이드라인과 책임분담기준이 적용되는 내년 1월 1일부터는 소비자 과실로 인한 금융사고 피해에 대해서도 30~50% 가량은 은행이 책임지는 사례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어느 수준까지 피해 구제에 나설지 여부는 은행이 보이스피싱 등에 대한 사전예방시스템을 얼마나 잘 운영했는지가 기준점이 되는만큼 피해보상범위는 각 사안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와의 또다른 쟁점이 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또한 이번 조치가 어디까지가 은행 자율에 따른 사안이라는 점에서 금융당국 개입이 없이도 소비자와의 분쟁조정이 순조롭게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 원장은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을 때 과실 여부를 따지기에 앞서 은행이 자발적으로 배상을 할 수 있는 일종의 기준을 만든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본다. 소비자 잘못이 있더라도 은행들이 '최소 이 정도는 책임지자'는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자는 것"이라며 "어디까지나 자율이기 때문에 지키지 않는다고 해서 담당자나 CEO를 징계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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