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최근 미 국채 시장에서 장기물 매도세가 거세지자,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 긴축(보유 자산 축소)이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시장 참가자들이 채권을 내다 파는 가운데 연준까지 보유한 채권을 정리하는 것은 현재 시장 분위기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금리가 단시간에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연준이 매월 수백억 달러어치의 국채와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증권을 시장에 내놓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뉴욕 채권시장에 따르면 이날 미국 동부 시간 오전 9시 52분 현재 벤치마크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전장보다 1.6bp(1bp=0.01%포인트) 하락한 4.716%에 거래됐다. 10년물이 지난 6월 30일 3.84%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장기 금리 오름세가 매우 거센 것이다. 전날 5%를 찍었던 30년물 수익률은 0.1bp 오른 4.879%를 가리키고 있다.
뱅크레이트 닷컴(Bankrate.com)에 따르면 30년 만기 모기지 금리는 지난 6월 말 7.2%에서 현재 7.9%까지 뛰었다. WSJ은 경제가 디트로이트 자동차 업계 파업과 연방정부의 학자금 탕감, 정부 셧다운(부분 업무 중지)과 같은 어려움에 직면한 가운데, 이 같은 금리 상승이 금융 여건을 경직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지난 9월 20일 연준 워싱턴 본부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로이터 뉴스핌] |
최근 미국의 장기채 금리가 급격히 오른 것은 연준이 조만간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일부 시장의 기대를 일축하는 동시에 장기간 고금리가 지속할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연준은 또 국채와 모기지 증권 등 보유 자산의 축소를 멈추지 않겠다는 기조도 분명히 했다.
지난해 양적 긴축을 개시한 연준은 현재 월 600억 달러의 국채와 350억 달러의 모기지 증권이 만기를 맞으면 재투자하지 않는 방식으로 자산을 축소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대에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연준은 금리를 제로(0) 수준으로 인하하는 한편 보유 자산을 크게 늘려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했는데, 여전히 연준이 보유한 자산은 7조 달러에 이른다.
지난 7월 초 로리 로건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연준이 금리를 내리기 시작하면 양적 긴축 규모도 축소할 것으로 보는 일부 투자자들의 기대를 일축한 바 있다. 당시 발언은 로건 총재가 댈러스 연은 총재로 취임하기 전 뉴욕 연은에서 연준의 보유 자산 관리를 맡았다는 점에서 시장에 무게 있게 전달됐다.
이후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역시 상황에 따라 금리를 인하하는 것과 보유 자산을 축소하는 것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금리를 내려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더도 보유 자산 축소는 계속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연준 출신으로 현재 모간스탠리의 수석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를 맡고 있는 세스 카펜터는 연준이 양적 긴축을 지속해 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모간스탠리는 내년 3월 연준이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지만, 내년 하반기 전까지 양적 긴축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WSJ은 양적 긴축이 시장 심리에 미치는 영향을 과소평가하는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특히 모기지 증권이 이에 해당할 수 있다며 연준이 모기지 증권 보유량을 축소하는 가운데 대형 은행들이 매수에 나서길 꺼리고 있다고 전했다.
WSJ은 연준이 장기 금리 급등을 멈추는 확실한 방법은 올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제거하는 것이며 그것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금리 인상 가능성을 키우거나 양적 긴축을 철회할 가능성에 대한 신호를 줘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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