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신도경 기자 =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노령연금 감액제도'가 폐지될 경우 연간 약 2000억원 규모의 재정이 추가로 소요될 전망이다.
'노령연금 감액제도'는 퇴직 후 소득활동을 하는 수급자들의 수급액을 일정비율(최대 50%) 감액해 지급하는 제도다. 소득이 많은 수급자들에 대한 지급액을 줄여 재정을 아끼고 형평성을 담보하겠다는 취지다.
수급액이 늘어나는 효과는 있지만 고소득자에 대한 과잉보장 우려가 나온다. 특히 연금재정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매년 수천억원이 들어간다는 점에서 보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7일 5차 국민연금 종합계획안을 통해 '노령연금액 감액제도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제시했다. 제도가 폐지되면 깎던 연기금을 보험료로 지급해야하는데 연 2000억원 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 노령연금 감액제도 폐지…연금 재정 연 2000억원 지출
31일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노령연금 감액제도에 따른 감액 규모는 총 1906억 2000만원(12만 7924명)으로 집계됐다.
상대적으로 소득이 많은 수급자들에 대한 지급액을 줄여 2000억원 가까이 재정이 아낀 셈이다. 앞으로 수급자와 지급액 규모가 커지는 추세여서 매년 수천억원 규모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박정우 복지부 연금급여팀장은 "작년 총감액 규모인 1906억에 비해 올해 감액 규모가 늘었을 것으로 예상돼 2000억원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다만 복지부는 연금 재정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재만 복지부 국민연금정책과장은 "연도별 수급자 규모와 소득 활동이 달라져 추계가 어려운 상태"라며 "정확한 추산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제도의 일괄 폐지 또는 단계적 폐지 결정에 따라 소요될 연금 지출액도 달라진다.
노령연금 감액제도는 연금 수급 개시 시점이 됐을 때 정해진 소득액을 넘게 되면 소득액에 맞춰 노령연금을 감액하는 제도다. 소득액에 따라 노령연금액은 최대 50%까지 줄어든다.
[자료=재정계산위원회] 2023.10.31 sdk1991@newspim.com |
예를 들어 A씨는 사업 소득으로 390만원을 번다. A씨는 올해 65세로 국민연금으로 월 140만원을 수령할 예정이다. 이 경우 390만원인 본인 소득월액에서 올해 국민연금 A값인 286만 1091원을 빼 초과소득월액을 계산한다. A값을 286만원이라고 가정하면 초과소득 월액은 104만원이 된다.
노령연금 소득구간별 감액 산식에 따라 계산하면 A씨의 최종 노령연금 감액은 5만 4000원이다. 따라서 A씨는 원래 받아야할 국민연금 수령액 월 140만원 중 5만 4000원을 뺀 134만 6000원을 수령한다.
박 팀장은 "노령연금 감액제도가 부당하고 고령화된 시대에 맞지 않다는 시민의 의견이 많았다"며 "근로 여력이 있을 때 일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노령연금 감액제도 폐지를 추진했다"고 밝혔다.
◆ 연금 재정 지출 부담‧고소득층 과잉 보장 우려…전문가 "고용 정책도 함께 해야"
한편 노령연금 감액제도 폐지에 따른 연금 재정 지출 부담이 문제로 제기된다.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제도의 방향성은 동의하지만 총 연금 재정 규모가 작아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주 교수는 "제도가 폐지되면 고령층이 계속 일해도 손해를 보지 않아 적극적으로 일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현재 연금 재정이 적은 상태를 고려해야한다고 덧붙였다.
복지부는 연금 재정 지출 부담은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박 팀장은 "국민연금 전체 지출액이 작년 기준 34조인데 그중 2000억원"이라며 "적립금이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고 재정 지속성을 높이는 대안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감액 제도 폐지 시 연금 재정에 미치는 영향 분석도 병행할 계획이다. 박 팀장은 "제도 폐지 방법에 따라 매년 소요될 재정 규모를 추산하고 단계적 과제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위원장)이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차 국민연금심의위원회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2023.10.27 yooksa@newspim.com |
고소득층에 대한 과잉 보장도 지적된다. 노령연금 감액제도는 정해진 소득액을 넘어야 받는다. 노령연금 감액제도 폐지의 혜택을 받는 대상이 저소득층을 뺀 일정 소득이 있는 중산층 또는 고소득층일 것이란 지적이다.
복지부는 노령연금 감액제도 폐지가 고소득층 과잉 보장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과장은 "노령연금 감액제도는 5년간 소득사업과 근로소득을 평가한다"며 "혜택 대상이 당시 소득이 높을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 높은 소득인지에 대한 연관성도 분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고령자 고용 정책도 함께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 교수는 "제도 폐지를 빠르게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고 제도와 사회 변화 속도가 맞아야 한다"며 "고령자 근로가 많아질 만큼 고용정책도 함께 펼치고 감액이 적용되지 않는 사람들까지 포용할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주 교수는 한국의 소극적인 고용 정책을 꼬집었다. 그는 "고령자 고용정책 계획을 보면 전반적으로 소극적"이라며 "사용자에게 의무를 부과하지 않고 장려금을 주는 방안이 대부분으로 고령자들이 괜찮은 수준의 임금을 받고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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