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태훈 박서영 기자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6일 인요한 혁신위원장을 만나 그동안 제기됐던 갈등을 봉합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김 대표가 인 위원장이 제시한 혁신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당초 오는 24일까지 임기였던 혁신위원회의 조기 해체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간담회를 앞두고 악수를 하고 있다. 2023.12.06 leehs@newspim.com |
김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국민의힘 당대표실에서 인 위원장과 15분 가량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비공개 회동 이후 김 대표는 직접 인 위원장을 배웅했으며, 인 위원장은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대답하지 않고 국회를 떠났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과 정해용 혁신위원은 비공개 회동을 마친 뒤 각각 김 대표와 인 위원장이 나눴던 대화를 전했다.
김 대표는 "혁신위 활동으로 당이 역동적으로 가고 있다"라며 "그동안 고생 많으셨고, 남은 기간 잘 해주시길 바란다"고 운을 뗐다.
다만 혁신위의 혁신안에 대해서는 수용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대표는 "공관위원장 제안은 인 위원장이 혁신을 성공시키기 위한 충정에서 하신 말씀이라고 공감한다"라면서도 "저희 지도부의 혁신 의지를 믿고 맡겨달라"라고 말했다. 즉 인 위원장이 제안한 공관위원장을 수용할 수 없다는 의미다.
김 위원장은 또 "(혁신위가) 제안한 안건들은 당의 혁신과 총선 승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라며 "다만 최고위원회에서 의결할 수 있는 사안이 있고, 공천관리위원회나 선거 과정에서 전략적으로 선택해야 할 일들이 있어서 지금 바로 수용하지 못하는 점은 이해해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긴 호흡으로 지켜봐주시면 혁신안을 바탕으로 국민의 뜻을 받들고 이기는 국민의힘이 되도록 하겠다"라며 "주셨던 어젠다가 혁신적이기 때문에 국민들의 주목을 많이 받고 있다.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과제인만큼 스탭 바이 스탭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인 위원장은 "혁신위는 총선 승리, 윤석열 정부의 승리를 위해 국민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혁신안에 담고자 했다"라며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선 무엇보다 책임있는 분들의 희생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다"고 전했다.
아울러 "오늘 만남을 통해 김 대표의 희생과 혁신의 의지가 확인됐다"라며 "지금까지 혁신위가 절반 정도 성과를 만들어냈다면, 나머지 절반의 성공은 당이 이뤄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부연했다.
혁신위는 오는 7일 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정해용 혁신위원은 "오늘 만남을 통해 언론에 비춰진 오해들 좀 불식하고, 내일 회의를 통해 일정을 조정하겠다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정 혁신위원은 '사실상 7일 활동을 종료하겠다는 취지인가'라고 묻자 "가봐야 한다. 회의를 통해서 결정하는 것이지 제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6일 혁신위에서 혁신안을 마무리하고 회의를 통해 위원들의 결정을 받아야 한다"고 전했다.
또 인요한 혁신위원장에게 해산 의지가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라고 묻자 "그동안 혁신위에서 제안한 내용에 대해 종합 보고를 할 것"이라며 "혁신위원들의 의견을 구해 동의하시면 월요일(11일) 최고위에 종합 보고하겠다는 말씀이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간담회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2023.12.06 leehs@newspim.com |
최근 당 혁신위는 '당 지도부·중진·친윤계(친윤석열 인사) 핵심인사들의 총선 불출마 및 수도권 험지 출마'를 골자로 하는 안을 6호 혁신안으로 당 지도부에 공식 제안한 바 있다.
당 지도부는 당초 지난 4일 최고위에서 해당 안건과 관련된 논의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에도 불구하고 정식 안건으로 채택되진 않았다. 특히 6호 혁신안에 대해 당 지도부가 공천관리위원회, 선거대책위원회 등 후속 기구에서 논의할 사안이라며 당초 혁신위의 취지와 다르다고 밝히며 갈등이 극에 달했다.
김 대표와 인 위원장은 표면적으로 갈등을 봉합하는 모양새를 취했으나, 정가에서는 조기 해체 수순을 밟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전날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직후인 지난 10월 18일 이후 한 달 반 만에 윤석열 대통령이 당 지도부 4역(당대표·원내대표·정책위의장·사무총장)과 비공개 오찬을 가지면서 김기현 지도부에 힘을 실어준 것 아니냐는 평가도 혁신위의 조기 해체 가능성에 힘을 보태는 대목이다.
다만 반대의 시각도 있다. 지금 상황에서 혁신위가 조기 해체 수순을 밟을 경우 김기현 지도부가 윤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혁신위를 좌지우지 한다는 비판이 나올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혁신위가 조기 해체 수순을 밟기에 위험 부담이 클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위기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혁신위가 조기 해체를 밟는다면, 결국 내 요구를 안 들어줬으니 당을 위기에 빠뜨린다는 이야기밖에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이어 "(혁신위 임기인) 24일을 딱 채우는 건 모르겠지만, 20일 넘어서 그만둘 가능성이 크다"라고 부연했다.
신 교수는 또 당 지도부가 혁신위의 안건을 받아들이지 않은 건 아니라고 전했다. 그는 "예를 들어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서' 같은 경우 혁신위의 안건을 받아들인 것"이라며 "다만 개인의 결단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날 김기현 지도부가 윤 대통령과 비공개 오찬을 가진 부분에 대해선 "지금 (대통령실 입장에서) 당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라며 "그런 상황에서 인요한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줄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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