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1979년 전두환 신군부의 '12·12 사태' 당시 국방부에서 초병 근무를 하다 전사한 고(故) 정선엽 병장의 유족이 국가배상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02단독 홍주현 판사는 5일 정 병장의 유족 4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2000만원씩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12·12군사반란에 맞선 고 정선엽 병장 영암공원 충혼탑서 추모. [사진=영암군] 2023.12.12 ej7648@newspim.com |
홍 판사는 "망인은 국방부 B-2 벙커에서 근무하던 중 반란군의 무장해제에 대항하다 살해(전사)됐음에도 피고는 계엄군의 오인에 의한 총기사고로 사망(순직)한 것으로 처리해 망인의 사망을 왜곡하고 은폐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의 위법한 행위로 인해 국민인 망인의 생명과 자유 및 유족들의 명예 감정이나 법적 처우에 관한 이해관계 등이 침해됐음이 명백하다"며 "피고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 따라 망인의 유족들에게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앞서 헌병으로 복무하던 정 병장은 전역 3개월을 앞둔 1979년 12월 13일 새벽 서울 용산 국방부 지하 벙커에서 초병 근무를 하던 중 반란군에 대항하다 23세의 나이로 숨졌다.
국방부 산하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는 2022년 3월 정 병장이 반란군의 총격으로 숨진 것으로 결론 내렸고 국방부는 정 병장을 순직자에서 전사자로 변경했다.
유족은 같은 해 4월 정 병장의 죽음에 대한 정신적 손해를 배상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정 병장은 누적 관객 1300만명을 돌파한 영화 '서울의 봄'에서 육군 본부 벙커를 마지막까지 지키다 반란군 총탄에 숨진 조민범 병장의 실존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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