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코로나19 호황기를 마치고 불황기에 접어든 국내 해운업계가 '톤세제도 폐지'라는 또 다른 산을 직면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해운업 경쟁력을 고려할 때 톤세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다.
HMM 컨테이너선이 미국 롱비치항에서 하역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HMM] |
1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해운사들이 세금을 납부하는 방식인 톤세제도가 계획대로면 올해 말 폐지를 앞뒀다.
톤세제도는 해운사들이 보유 선박의 톤수에 따라 세금을 납부할 수 있게 하는 일종의 법인세다. 일반적인 기업 법인세보다 세 부담을 낮추게 하는 효과가 있다. 해운업은 호황이 단기적인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이라는 점을 고려한 제도다.
다만, 국내 톤세제도는 일몰제다. 일몰제는 시간이 지나면 해가 지는 것처럼 법률이나 각종 규제 효력이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없어지도록 하는 제도를 뜻한다. 2005년 처음 시행됐으며 몇 차례 연장 끝에 올해 말 일몰을 앞두고 있다.
해운업계에서는 톤세제 유지를 주장하고 있다. 업황 특성상 호황 기간이 짧은 데다 선박 등 투자를 위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최근 국내외 해운업 상황은 낙관적이지 않다. 지난 8일 기준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3주 연속 하락해 1885.74로 집계됐다. 올해 최저치다. 지난 1월 19일 연고점으로 2239.61과 비교하면 두 달도 되지 않아 16% 가까이 하락한 셈이다.
올해는 중국 최대 연휴인 춘절 효과도 미미했던 것으로 드러나 업계에선 해상운임이 점차 코로나19 이전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견한다.
이런 상황에서 톤세제도까지 폐지된다면 국내 해운업 경쟁력은 약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해운업계 측 입장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비정상적으로 높았던 운임이 코로나19 이전으로 제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며 "운임 하락으로 국내 선사들의 향후 실적 전망이 어두운 상황에서 톤세제까지 폐지될 경우 해운사들은 투자에 제한이 생겨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투자에 걸림돌이 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글로벌 해운시장도 탄소중립(넷제로)으로 친환경 규제가 강화된다. 이에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HMM을 비롯한 국적 선사들은 친환경 선박 투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선박 구입에는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기 때문에 선사들은 톤세제도를 통해 절감한 자금을 선박 투자에 써왔다. 하지만, 제도 폐지 시 강화되는 친환경 사업 관련 투자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독일 네덜란드, 노르웨이 등 해외 국가들은 해운사들의 사업 특성을 고려해 톤세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5년 단위로 일몰 기한이 있는 국내와 달리 영구화해 10년 단위로 유지하며 세부사항을 주기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운업계는 톤세제도가 해외에선 이미 표준이고, 국내 해운업 발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입증된 만큼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해운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대표 항만인 부산항에서 국적선사 매출은 25조원 중 절반 가까운 11조원이 톤세제로 인한 매출로 집계됐다. 지난해 국적선사의 선박 보유량도 선박 1665척·선복량 9922만DWT로 세계 4위로 성장했다. 지난 2004년엔 858척·2685만DWT로 세계 8위였다.
해운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톤세제도는 세계 21개국에서 이미 시행 중으로 세계 해운 시장에서 이 제도는 이미 표준"이라며 "해상 환경규제 심화로 친환경 선박 확보에 대규모 투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톤세제) 폐지 시 국내 해운산업 자체에 빨간불이 켜진다고 보면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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