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북한이 노동신문에 김정은과 그의 딸 주애를 '향도의 위대한 분들'로 싸잡아 찬양하는 표현을 썼다가 4대 세습 징후로 해석되며 논란이 일자 돌연 문제의 대목을 삭제한 것으로 파악됐다.
18일 뉴스핌이 북한 관영 선전매체인 조선중앙TV의 영상을 분석한 결과 지난 15일 평양 외곽 강동종합온실 준공식에 참석한 김정은 부녀를 '향도의 위대한 분들'로 치켜세웠던 대목이 사라졌다.
[서울=뉴스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5일 평양 외곽에 지어진 강동종합온실 준공식에 참석해 딸 주애와 함께 현장을 돌아보고 있다. 왼쪽은 김광혁 공군사령관, 오른쪽은 박정천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사진=조선중앙통신] 2024.03.18 |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당시 행사에 김주애를 동행해 행사 단상의 중앙에 앉히고 함께 온실과 주민들의 살림집을 돌아봤다.
준공식 이튿날인 16일자 조간 노동신문은 "김정은 동지께서는 열광의 환호를 올리는 군인건설자들과 군중들에게 오래도록 손저어주시며 따뜻한 답례를 보내셨다"며 "향도의 위대한 분들께서 당과 정부, 군부의 간부들과 함께 강동종합온실을 돌아보시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같은 날 오후 조선중앙TV는 녹화 보도물을 내보내면서 '향도의 위대한 분들'이란 대목을 빼버렸다.
북한 아나운서 리춘희는 이 표현 대신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는 당과 정부, 군부의 간부들과 함께..."라고 전했다.
길을 인도하는 행위나 사람을 지칭하는 향도(嚮導)란 표현은 북한에서 주로 최고지도자와 관련해 사용되며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김일성의 후계자 시절 '향도성'(길을 알리는 별)으로 불린 적이 있다.
북한이 문제의 표현을 뒤늦게 삭제하고 나선 건 이를 놓고 김주애를 염두에 둔 김정은 4대 세습 체제를 암시하는 것이란 해석이 일부 대북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대북정보 관계자는 "노동당 선전선동부가 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활용해 과도한 김주애 '후계 띄우기'에 나섰다가 지나치다는 판단에 따라 TV 방송 등에서는 이를 삭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10살 안팎의 딸 주애를 공식석상에 자주 대동하는 등 후계수업을 시키는 듯한 분위기를 드러내면서도 다양한 선전술을 동원해 안팎의 여론을 떠보는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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