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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총선] 대형마트 '새벽배송' 물 건너가나..."소비자 생각하면 변해야"

기사등록 : 2024-04-11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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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법 개정 반대' 거대 야당 탄생
의무휴업·새벽배송 제한 등 '역차별' 해소 난망
철지난 '대형마트vs전통시장' 구도 깨야
"소비자·유통산업 발전 위한 정책 필요"

[서울=뉴스핌] 서영욱 조민교 기자 = 거대 야당의 탄생과 함께 대형마트의 생존 여부도 갈림길에 섰다. 대형마트 규제 완화에 소극적인 야권이 총선에서 압승하면서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개정을 장담하기 힘들어지면서다.

유통시장의 무게추가 온라인으로 기운 가운데 최근 중국 이커머스 기업들의 공세까지 덮쳐 대형마트를 비롯한 국내 오프라인 시장의 침체는 장기화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전문가들은 '대기업 vs 소상공인' 구도를 깨고 소비자와 유통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 모습 [사진=뉴스핌DB]

◆오프라인 규제에 고꾸라진 대형마트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22대 국회에서 대형마트의 부활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던 휴일 또는 새벽 시간대 대형마트의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는 유통법 개정안이 내달 종료되는 21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될 전망이다.

정부와 여당은 유통시장이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유통법에 발목이 잡혀있는 대형마트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대로 야당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의 피해가 여전하고 대기업의 배만 불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대형마트는 지난 2012년부터 한 달에 두 번 의무적으로 휴업해야 한다. 영업시간도 제한을 받는데 자정부터 다음날 오전 10시까지는 문을 열 수 없다. 영업을 하지 못하는 휴일이나 새벽시간에 대형마트는 온라인 배송도 하지 못한다. 또 전통시장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전통시장 1㎞ 이내는 전통상업보존구역으로 정해 3000㎡ 이상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은 신규 점포를 내지 못한다.

유통시장이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유통법의 이같은 규제는 오프라인 시장의 침체와 함께 '역차별' 논란을 일으켰다.

영업시간 제한은 대형마트가 고꾸라지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영업을 하지 못하는 휴일이나 새벽시간에 대형마트는 온라인 배송도 하지 못했다. 고객들의 소비패턴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던 초기 대형마트가 온라인 시장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던 이유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이 도래하며 소비시장의 주도권은 온라인으로 완전히 넘어갔다. 쿠팡, 마켓컬리와 같은 이커머스 기업들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사이 대형마트는 수십개의 점포 문을 닫아야 할 정도로 사정이 악화됐다.

최근 알리익스프레스, 테무와 같은 중국 이커머스 기업들의 물량 공세로 오프라인 시장 뿐만 아니라 국내 유통시장의 근간이 휘둘리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20년 롯데마트를 운영하던 롯데쇼핑이 전체 700여 개의 점포 중 30%인 200여 개 점포를 폐점하기로 한데 이어 이마트는 최근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와 여당의 유통산업 개선 노력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유통법은 민생 법안이 아닌 유통산업 선진화와 관련된 법안이다. 유통 산업 흐름이 급속하게 온라인으로 이동했고 최근에는 중국 직구까지 계속 들어오는 상황에서 온라인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하면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충북 제천시 동문전통시장을 찾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뉴스핌DB]

◆'대형마트+전통시장' 오히려 시너지...유통법 피해 커

대형마트 규제로 오히려 소비자와 소상공인의 피해가 크다는 지적도 있다. 대형마트의 휴일 지정으로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으로 발길을 돌리는 게 아니라 아예 장보기를 멈춰 버린다는 것이다.

특히 대형마트 규제와 전통시장 활성화가 연관성이 없다는 지적은 계속돼 왔다. 지난 2022년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대형마트 영업규제 10년, 소비자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형마트 영업규제가 전통시장·골목상권 활성화에 효과가 있었느냐'라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48.5%는 '효과가 없었다'고 답했다.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서로 경쟁하는 관계에 있느냐'는 물음에는 57.3%의 사람들은 '경쟁하는 관계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대형마트 출점이 소상공인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대기업 vs 소상공인'의 인식이 바뀐지 오래라는 것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유통법 개정 반대가) 중소상공인이나 골목상권 위한다는 명분인데, 소비자들이 대형마트를 가지 않는다고 전통시장을 가는 건 아니다"며 "오히려 대형마트 방문하고 그 주변 상권이 살아나는 등 하나의 거대한 쇼핑 타운처럼 되는 효과로 인파를 더 끌어모으기도 한다"고 말했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야당 측이 주장하는 골목상권 등 반대 명분은 이미 여러 학자들이 유럽 등에서는 검증을 다 끝낸 사안"이라며 "현재로서는 대형마트 자체의 상권이라든가 영업력을 보존하는 것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권 교수는 "해당 사안을 두고 양분법적으로 나눠서 볼게 아니라 국제적으로 영업 상황의 변화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이마트와 같은 대형마트가 폐업할 경우 고용된 수많은 사람들이 직업을 잃게 되고,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지방의 영세 농가 등에 미칠 영향도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유통법 개정은 소비자 편익 문제와 대형마트 종사자 직업 문제 등 여러 문제가 맞물려 있는데, 야권에서 얘기하는 건 결국 골목상권이라는 정말 특수한 계층만 노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시에는 대형마트 횡포도 있었을 것이지만 이제는 오히려 온라인에 밀려서 존폐 위기에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있다면 진행시켜야 하는 법안"이라고 강조했다.

syu@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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