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 증원을 둘러싼 의정(醫政) 갈등이 3개월 가량 장기화되면서 의료계에 변화의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수술을 받아야 하는 중증환자나 응급환자들은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큰 고통을 받고 있다. 전공의들이 이탈한 3차 상급종합병원들은 진료가 차질을 빚으면서 경영이 악화되고 있다. 반면 개원의, 2차 종합병원에는 환자들이 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간호사들의 역할은 법적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의정 갈등의 장기화로 나타난 명암(明暗)을 살펴본다.
[세종=뉴스핌] 양가희 기자 = 최근 전공의 파업으로 대형종합병원의 문턱이 높아지면서 환자 수도 크게 줄었다. 환자가 줄어들면 건강보험 지출도 감소하기 때문에 건보재정은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그동안 문제로 지적됐던 상급종합병원(3차 의료기관)으로의 쏠림현상이 다소 완화된 모습이다. 이는 건보재정의 지출 감소로 인해 건전성이 회복되는 효과가 있다는 게 정부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의정갈등 명암] 글싣는 순서
1. 제약·바이오, 실적 타격 불가피…임상도 줄줄이 연기
2. 중증환자만 받는 대학병원…진료체계 긍정 신호?
3. 병원 문턱 높아지자 환자 수 감소…건강보험 재정 개선 효과
4. 최대 피해자는 환자…응급실 뺑뺑이·진료지연 '악순환'
5. 대형종합병원 경영 악화, 관련 종사자 무급휴가 권고 등 '불안'
6. 비대면·원격 진료 '탄력'…법제화 기대감
7. 진료지원간호사(PA) 법적근거 마련될까…보호 방안은
8. 尹-李 공감대 형성했지만…관련 입법 '난항'
◆ 대형종합병원 환자 20~30% 급감…전체 환자 수 11% 줄어
최근 대형종합병원의 입원환자 수는 전공의 파업 이전인 2월 초에 비해 20~30% 정도 감소했다. 중환자실 입원환자도 같은 기간 6.6%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그래프 참고).
5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상급종합병원(3차 의료기관)과 종합병원(2차 의료기관)에 입원한 환자는 8만5555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공의 파업 이전인 2월 초 환자 수(9만 5981명)와 비교하면 10.8% 감소한 것이다. 상급종합병원만 보면 전공의 파업 이전 대비 31%나 급감했다.
중환자실 입원환자는 감소폭은 상대적으로 작지만 역시 감소세가 뚜렷했다. 같은 기간 7366명에서 6880명으로 6.6% 줄었다. 상급종합병원만 보면 같은 기간 23%나 급감했다.
특히 최근 의대교수들이 사직서 제출과 '주 1회 휴진'에 나서면서 환자 수 감소가 지속될 것으로 의료계는 내다보고 있다.
40개 의과대학 소속 88개 병원 중 8개 병원이 진료 축소에 나섰다. 이로 인해 외래환자가 최소 2.5%에서 최대 35% 정도 줄어들 것이라는 게 중대본은 분석이다.
중대본 관계자는 "(전공의 파업 이후)상급종합병원의 입원환자가 크게 줄었고, 외래의 경우 입원보다 감소폭이 작지만 마찬가지로 줄어들었다"면서 "의원과 병원은 환자 수가 늘어난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 환자 수 감소하자 건강보험 지출도 줄어…건보재정 개선 효과
환자 수가 감소하면 건강보험 지출도 줄어들기 때문에 건보재정에는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실제로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의 경우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면서 건강보험 재정은 2조8000억원의 흑자로 기록했다. 추가로 2년간 흑자가 이어지면서 적립금은 2020년 17조4000억원에서 3년 만에 28조원으로 늘었다(아래 그래프 참고).
코로나19 당시 축소된 의료이용량은 2022~2023년에 들면서 점차 늘어났으나 회복 속도는 당시 예상치보다 느렸다.
복지부 관계자는 "2022년과 2023년 모두 건강보험 재정 수입보다 지출 측면의 증가율이 낮았다"며 "코로나19로 줄어든 의료이용이 엔데믹 이후 빨리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으나, 외래나 의원급 이하 의료 비용이 다소 둔화했다"고 설명했다.
김윤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서울대 의대 교수)는 "(그동안) 필요 이상의 의료 이용이 있었다"며 "코로나19 때 불필요한 의료 이용이 줄어든 측면이 있고, 이는 건강보험 재정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의정갈등으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 지출이 일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현재 국민들이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현재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면서 "문제가 해결되면 일종의 리바운드 효과처럼 필수의료 이용이 일부 늘어나겠지만, 전체적인 재정 지출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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