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재대결을 펼칠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결과 승복 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펼쳤다.
'대선 승복' 이슈를 먼저 꺼낸 쪽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다.
그는 지난 1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의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대선 결과를 받아들일지 묻는 질문에 "만약 모든 것이 정직하다면 나는 기쁘게 그 결과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그렇지 않다면 우리 나라의 권리를 위해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나는 선거가 정직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우리가 크게 이길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덧붙였다.
자신이 승리하는 '정직한' 선거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지지자들과 함께 이에 불복해서 투쟁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020년 대선 당시에도 자신이 패배하면 선거 불복과 내전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실제로 대선 결과 바이든에게 석패하자, 트럼프 전 대통령측은 개표 조작 및 불법 선거 의혹 등을 제기하며 선거 결과 뒤집기를 시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측근들은 조지아주에서의 선거 불복 및 개표 조작 시도와 대선 결과 확정을 저지하려고 했던 1·6 의회 난입 폭동과 연루돼 형사 재판을 넘겨진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또 다시 선거 불복 가능성을 시사하자 벌써부터 선거 후 극심한 사회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측은 공공연하게 오는 11월 대선에서도 패배할 경우 선거 불복으로 인한 내전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지지층을 결집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관련, 백악관은 3일 견제구를 날렸다.
백악관은 이날 엘 고어 전 부통령과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 시장, 존 케리 전 국무장관 등 19명에게 대통령 자유의 메달을 수여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고어 전 부통령에 대한 선정 이유다. 백악관은 "(대선에서) 전체 득표에서 이기고도 그는 우리의 단결을 위해 논쟁적인 대선 결과를 수용했다"고 적시했다.
백악관은 이를 통해 민주당의 고어 전 부통령과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가 맞붙었던 지난 2000년 대선이 자연스럽게 소환한 셈이다.
당시 고어는 전체 득표율에서 48.4% 대 47.9%로 앞섰다. 다만 각 주별 선거인단 확보에선 266명 대 271명으로 부시 후보에 뒤진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부시 후보의 동생인 젭 부시가 주지사로 있던 플로리다주 개표 결과가 문제가 됐다. 25명의 선거인단이 걸렸던 플로리다주에서 고어는 초박빙의 차이로 졌지만, 개표 오류및 부실 관리 의혹이 제기됐다.
민주당은 재검표를 추진하면 선거 결과를 뒤바뀔 수 있다는 입장이었지만, 고어는 극심한 국론 분열을 우려해 자신의 패배를 선언하며 논란을 잠재웠다.
백악관이 고어의 사례를 치하하며, 선거 불복 가능성을 거듭 제기하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일침을 가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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