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지난 2021년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경선 당시 송영길 캠프 조직총괄본부장을 맡았던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이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와 법정에서 마주해 "증인 출석 직전 송 대표의 서신을 받았고 회유와 압박으로 느꼈다"고 폭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허경무 부장판사)는 29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송 대표의 공판을 열고 이 전 부총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억대의 금품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2022년 9월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열리는 소환조사에 출석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2.09.23 hwang@newspim.com |
이 전 부총장은 민주당 당 대표 선거를 앞두고 캠프에 들어온 자금을 송 대표에게 "당연히 보고했다"며 "선거캠프에 (돈을) 가져온 사람들의 의도나 목적이 분명해서 그런 걸 필수적으로 보고하는 것이 관례"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선거캠프의 불문율 같은 것으로 기여를 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일종의 보험을 드는 건데 중간에서 배달사고를 내거나 보고를 안 하는 일은 있을 수가 없다"며 "100만원이나 200만원 같은 경우도 빼놓지 않고 보고하고 후보의 반응이 어땠는지까지 전달하는 것이 필수 과정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이 전 부총장은 2021년 3월 30일 당시 민주당 소속이던 이성만 무소속 의원으로부터 1000만원을 받고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이 지역본부장들에게 나눠준 사실도 송 대표에게 보고했다고 증언했다.
검찰이 당시 송 대표의 반응이 어땠는지 묻자 이 전 부총장은 "으레 있을 수 있는 일로 해야 할 일을 한 것에 대한 일상적인 반응이었다"고 했다.
이날 검찰은 "증인은 강 전 감사와 윤관석 무소속(전 민주당) 의원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송 대표와 관련한 질문에 답변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이날 재판에서 사실대로 진술하게 된 계기가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이 전 부총장은 지난해 11월 9일 송 대표의 출판기념회에 남편이 찾아갔는데 송 대표가 책에 '나를 믿고 훗날을 함께 도모하자'라는 메모를 적어 남편을 통해 보낸 사실이 있다고 했다.
이 전 부총장은 "'나에게 훗날이 있는가' 하는 회의적인 생각이 들었다"며 "사법부가 어떻게 판단할지, 송 대표가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각자 몫에 맡기는 게 낫겠다는 판단이 들어 있는 그대로 말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남편상을 언급하며 감정에 북받친 듯 울먹이기도 했다.
해당 메모에 대해서는 "회유로 받아들였다"라며 "당시 송 대표는 검찰 소환조사를 앞둔 때였다"라고 덧붙였다.
송 대표는 질문 기회를 얻어 이 전 부총장에게 "기억이 안 나는데 희망을 갖고 견뎌내자는 취지로 썼던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전 부총장은 또 최근 소나무당의 한 인사가 송 대표의 편지를 들고 수용시설로 접견을 왔다며 "회유를 받았고 굉장한 압박과 부담감으로 다가왔다"고 주장했다.
이 전 부총장에 따르면 송 대표는 편지에서 구체적인 수사 상황을 물어봤고 해당 인사는 이 전 부총장이 송 대표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가서 어떻게 말할 것인지 확인했다고 한다.
재판부는 "추가로 위증교사에 해당하는지는 검찰에서 수사하면 나올 것"이라고 했다.
[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 민주당 돈봉투 사건 관련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첫 소환 조사를 받기 위해 지난해 12월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 하고 있다. 2023.12.08 leemario@newspim.com |
이 전 부총장은 윤 의원에게 국회의원 제공용 2차 돈봉투를 제공한 2021년 4월 28일 윤 의원과 함께 송 대표를 만났던 상황을 언급하며 송 대표가 돈봉투의 존재를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성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국회의원으로 가는 거액을 의논 없이 자의적으로 집행할 수 있었을까"라면서도 "송 대표에게 보고하거나 승인하는 현장에 있었던 것은 아니고 송 대표를 가까이서 겪어본 사람으로서 그렇게 유추한다"고 부연했다.
이 전 부총장의 이 같은 진술은 지난 기일 증인으로 나온 송 대표의 전직 보좌관 박용수 씨의 진술 및 송 대표의 주장과 배치된다.
박씨는 지난 22일 사업가 김모 씨로부터 받은 5000만원을 캠프에 전달했지만 송 대표에게 보고하지는 않았다며 "정치권에서 자금 흐름에 대해 꼭짓점인 후보에게 보고를 안 하는 게 상식"이라고 증언했다.
송 대표도 재판에서 돈봉투나 부외자금과 관련해 보고받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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