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서영 기자 =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 가방을 전달한 최재영 목사에 대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 소집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당초 검찰은 이원석 전 검찰총장의 임기 안에 김 여사를 불기소 처분하려 했지만 최 목사 수심위가 결정되자 처분을 미뤘다.
23일 법조계는 이번 최 목사에 대한 수심위 판단이 김 여사에 대한 '불기소 처분' 결정을 뒤집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김 여사가 아닌 최 목사의 혐의를 판단하는 수심위인데다, 핵심 쟁점으로 꼽히는 청탁금지법의 경우 공직자의 배우자 신분인 김 여사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반면, 최 목사의 청탁이 인정될 경우 배우자의 직무 관련 금품 수수 사실을 신고하지 않은 윤 대통령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최재영 목사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즉각 발의 요청에 관한 청원 관련 청문회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4.07.26 leehs@newspim.com |
최 목사가 소집을 신청한 수심위는 24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다. 이번 수심위는 최 목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명예훼손, 주거침입,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에 대한 수사 계속 여부와 공소제기 여부 등을 심의한다.
최 목사 측은 김 여사에게 건넨 180만원 상당의 샤넬 화장품·향수와 300만원 상당의 명품가방은 윤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이 있으므로 이를 선물한 본인과 받은 김 여사 모두 청탁금지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최 목사가 취재 차원에서 김 여사에게 접근했다고 발언해 왔다는 점, 명품가방은 김 여사와의 접견을 위한 '수단'이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던 점 등을 근거로 들어 청탁 실현을 위한 목적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법조계 안팎에선 이번 수심위 또한 최 목사의 불기소 처분을 권고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 목사가 주장하는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가 인정되려면 직무관련성을 입증할 직접 증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최 목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는 인정되기 어렵다. 본인이 김 여사에게 청탁했다고 주장만 하고 있고 이를 증명할 만한 녹취나 직접 증거가 없는 상황"이라며 "청탁금지법의 경우 배우자 처벌 조항이 없기 때문에 김 여사에 대한 기소는 법리적으로 불가능한데 검찰이 최 목사의 혐의만 인정하기란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윤미 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는 "검찰 입장에선 최 목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다는 게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김 여사는 처벌조항이 없어 불기소한다 할지라도 최 목사의 청탁이 인정되면 공직자인 윤 대통령이 문제가 된다"고 짚었다.
즉, 윤 대통령이 배우자의 직무 관련 금품 수수 사실을 신고하지 않은 점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서울=뉴스핌]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20일(현지시간) 프라하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체코 동포 초청 만찬 간담회를 마친 뒤 어린이들과 인사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2024.09.21 photo@newspim.com |
최진녕 변호사(법무법인 CK)는 "일각에선 (가방을) 받은 사람은 무죄라는데 준 사람이 유죄일 수가 있느냐고 말하지만 법리적으로 살펴보면 뇌물죄의 경우 뇌물을 줬다는 사람의 진술밖에 없을 때 준 사람만 유죄가 나오는 케이스도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 변호사는 "최 목사가 만약 윤 대통령과 알고 지내는 상태에서 김 여사에게 명품가방을 줬다면 뇌물죄가 적용되겠지만 이 사건의 경우 최 목사가 윤 대통령과 일면식도 없는 사이기 때문에 그렇게 보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수심위가 청탁금지법을 제외한 최 목사의 주거침입,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에 대해 수사 계속을 권고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렇게 되면 김 여사는 수심위 불기소 권고를 따르고, 가방을 건넨 최 목사만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법조인은 "관건은 청탁금지법이라고 하지만 그 외에 최 목사에게만 적용되는 혐의점이 있다. 수심위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주거침입 등의 혐의를 인정한다면 수사 상황이 복잡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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