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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한국에 조선업 협력 요청한 트럼프의 메시지는 뭘까

기사등록 : 2024-11-07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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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尹과 첫 통화서 "한국 조선업 도움 필요"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삼성중공업 등 주가↑
화석연료 중심 전환 전망...'존스 액트법'이 준 기회 살려야

[서울=뉴스핌] 김승현 기자 = 미국 차기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며 국내 조선업계가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윤석열 대통령과의 첫 통화에서 한국 조선업과의 협력을 기대한다고 '콕 집어' 요청하며 조선사들의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업계는 트럼프 당선인의 요청 배경에 친환경 에너지에서 LNG(액화천연가스) 및 LPG(액화석유가스) 등 전통 화석 연료로의 에너지 정책 변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늘어날 에너지 수송 수요를 감당하는 데 더해 위축돼 있는 미국 조선업의 부흥 목적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바쁜 취임 준비 기간에도 윤 대통령과의 첫 통화에서 거론할 정도로 경쟁력이 떨어진 미국 조선업 부흥을 준비한다는 점에서 CEO 출신 지도자의 면모를 보였다는 평가다.

이에 물량 중심의 중국에 맞서 고부가가치 기술력으로 글로벌 조선업을 주도하고 있는 우리 조선사들이 기회를 잡야아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좌)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우) [사진=뉴스핌DB]

◆ 트럼프 "美 조선업, 한국 협력 필요"...전통 에너지 중심 전환 예고에 LNG·LPG선 부각

대통령실 관계자는 7일 윤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의 통화 관련 브리핑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의 조선업이 한국의 도움과 협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관계자는 "한국의 세계적인 군함 및 선박의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으며 우리의 선박 수출뿐만 아니라 보수 수리, 정비 분야에서도 긴밀하게 한국과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이 분야에 대해 앞으로 좀 더 구체적으로 우리 대통령과 이야기를 이어가기를 원한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의 첫 통화에서 조선업 협력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는 사실이 전해지며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업계 주가가 일제히 급등했다.

업계는 이에 대해 트럼프 당선인이 전통 화석 연료 중심으로 에너지 정책을 바꾸는 과정에서 LNG·LPG 운반 수요가 증가하며 그에 따라 운반선의 발주가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했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과 국내 산업 영향' 보고서에서 "바이든 정부가 추진한 녹색 전환 정책을 폐기하고 석유·석탄·천연가스 등 화석 연료 중심으로 에너지 정책 변화를 추진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이에 미국의 LNG, LPG 수요 및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LNG LPG 운반선 발주 또한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LNG LPG 등 친환경 에너지로 넘어가는 중간 단계로 여겨지는 브릿지 에너지원 운반선 건조에 강점을 지닌 한국 조선산업이 수혜를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실제 2024년 1분기 한국 조선사가 전 세계에서 발주된 LNG 운반선 29척, 암모니아 운반선 20척 등의 친환경 선박을 100% 수주한 바 있다"고 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만약에 해리스가 당선됐으면 지금 미국에서 승인을 받아야 할 LNG 등 많은 개발 프로젝트들이 진행되는 데 굉장히 시간이 많이 걸렸겠지만 트럼프가 됐으니 계획대로 빨리빨리 진행이 될 것이고 그래서 운반선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한 "지금 미국의 조선업이 많이 죽어 있는 상태다. 군함 위주로만 오랫동안 해왔다"며 "상대적으로 중국 조선업이 굉장히 성장해 있는 상황에서 오는 위기감이 있다. 그래서 사실 해리스든 트럼프든 동일하게 조선업 부흥을 위해서는 한국의 도움이 필수적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던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선업 협력 제안이 완전히 새삼스러운 내용은 아니지만 당선이 확실시되자마자 조선업 얘기를 한 것으로 보면 협력이 본격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지난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긴 침체기를 이어왔던 조선업이 오랜만에 기지개를 키고 있다. [사진=HD한국조선해양]

◆ 존스 액트법으로 쇠퇴한 美 조선업...'CEO 대통령' 트럼프 제안은 기회

업계는 미국의 조선업이 쇠퇴한 배경에 '존스 액트법'이 있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가 이를 간파하고 통상 마찰이 큰 중국이 아닌 한국에 기회를 주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존스 액트법은 미국 내에서 선박수송시 운항되는 선박은 미국내 소재 또는 미국민이 소유하거나 운영하는 항구나 시설 등을 이용하여야 한다는 강제규정이다.

미국 영토내 지역간 해상운송 권한을 '미국에 등록하고, 미국 국적 선원을 탑승시킨, 미국 시민 소유의, 미국에서 건조되거나 상당 부분 개조된 선박'에게로 제한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우리 조선사들도 미국 현지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지난 6월 20일 미국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필리(Philly) 조선소 지분(100%)을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인수에는 한화시스템과 한화오션이 참여하며, 인수금액은 1억 달러(한화 약 1380억원)다.

HD현대중공업도 지난 4월 24일 미국 현지에서 펜실베이니아 소재 '필리조선소(Philly Shipyard)'와 미 정부가 발주하는 함정과 관공선에 대한 신조 및 유지보수(MRO) 사업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존스 액트법 때문에 미국 현지에서 지으려면 우리나라나 중국에서 짓는 것보다 3배의 비용 차이가 난다"며 "또한 미국은 대형 선박을 건조한 경험도 별로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단순한 건조 척수만 따지면 중국이 1등이지만, 기술력을 요하는 고부가가치 선박은 우리가 단연 1위"라며 "따라서 기술력도 있고 또 방산 관련 군함 정비 사업 등도 협력 요청의 배경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우리 조선업계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요청에 적극 가담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보수 수리, 정비 분야에서의 긴밀한 협력'을 강조한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조선업은 건조 못지않게 수리, 정비 분야가 중요하다.

kims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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