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배군득 기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상속 문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거듭 내비쳤다. 지난 2월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 삼성전자 주식 반환청구 소송을 낸지 약 두달 만에 공식 입장을 밝혀 재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회장은 그동안 소송에 대해서는 함구로 일관했다. 문제가 확산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데다 사건이 원만히 해결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맹희씨 이후 이숙희씨 등 다른 삼성일가에서도 소송을 제기하거나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자 이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하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상송 문제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밝히면서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7일 휴양차 하와이로 떠났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홍라희 여사가 9일 만인 16일 오후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사진=김학석 기자> |
17일 이 회장이 서초사옥 출근길에 발언한 내용 역시 삼성이 소송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그는 “소송은 이미 끝난 일”이라며 “지금은 한푼도 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상속은 이미 예전에 법적으로 해결된 만큼 문제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 회장의 이같은 방침은 지난달 하와이 휴가에서 돌아 온 후 급물살을 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 등 소위 ‘친삼성’ 형제들과 만나 다양한 의견을 교환한 이 회장이 강경한 태도를 견지한 시점이라는게 재계의 시각이다.
실제로 지난달 16일 이 회장이 귀국하는 날 삼성그룹은 소송과 관련한 변호인단을 구성하면서 본격적인 법적 대응에 나섰다.
또 지난 6일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 장손녀 결혼식에도 CJ측 주요인사가 참석하지 않았다는 점이 이 회장이 결심을 단단히 굳힌 계기를 마련했다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날 결혼식에 CJ는 이재현 회장 등 이맹희 자손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반면 삼성에서는 이 회장을 제외하고 3남매와 홍라희 여사까지 총 출동해 돈돈한 우위를 과시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삼성 계열사들의 ‘도덕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소송에 대한 소모전을 길게 끌고 가지 않겠다는 의지라는 견해도 높다.
특히 이 회장이 직접 “CJ가 욕심을 내서 벌어진 일”이라고 말한 대목은 시사한 바가 크다. 단순히 이맹희 회장을 겨냥한 발언이 아니라, 현 CJ 총수와 그룹도 책임져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이는 향후 삼성과 CJ간 관계는 당분간 냉전이 지속될 수 있다는 암시인 셈이다.
재계 한 고위 관계자는 “이 회장이 생각보다 빠르게 강경한 입장을 표명한 것 같다. 공식적인 입장을 밝힌 만큼 당분간 상속을 둘러싼 다른 삼성일가의 소송 확대는 없을 것”이라며 “오늘 발언한 내용만 놓고 본다면 삼성과 CJ간 타협의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번 발언은 내외적으로 어수선한 삼성그룹 분위기를 다잡는 계기도 마련했다”며 “소송에 불필요한 소모전을 피하고 경영에 집중하겠다는 이 회장의 의지인 셈”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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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배군득 기자 (lob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