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한기진 기자] 지난 9~15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2위 토후국(土侯國) 두바이에서 열린 ‘중동지역 한국 금융의 날’ 행사. 100여명의 중동 큰 손을 한 자리에서 만난 외환은행 해외마케팅부 최성호 차장은 “놀라웠다”고 표현했다. UAE,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카타르, 오만, 바레인 등 GCC(걸프만 주변 국가 협의)에서 온 왕족, 국부펀드, 은행, 금융당국 관계자들을 같이 본 일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이번 행사는 대한민국 금융계에도 이정표 같은 사건(?)이다. '제2 중동 붐'의 달콤한 과실을 얻기 반드시 필요했던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어서다. 국회, 금융감독당국 및 은행, 증권, 보험업계에서 CEO(최고경영자) 등 수십 명이 ‘한·중동 금융협력추진단’을 꾸려, 중동행 비행기에 모두 올랐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최 차장은 “2009년 (경제위기 속의) 왔었던 두바이가 아니다. 판이해졌다”며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차이나, 남아프리카공화국)나 이머징국가(신흥시장)보다 중동에 더 많은 기회가 있다”고 확신했다.
‘사막의 기적’이란 찬사에서' 실패한 경제 모델'로 추락했던 두바이가 부활하고 있다. 한때 좌절을 교훈 삼아 인근 GCC 국가들은 차별화된 경제개발 모델로 승화시키며 제2의 중동 붐의 열기를 더욱 붙이고 있다. 우리나라 금융계는 저금리 저수익 시대의 희망을 중동에서 봤다.
◆ 몰랐던 사이 두바이는 경제 재건, 걸프만 국가들에 확산
16일 모두 귀국한 추진단의 소감은 이랬다.
도시 곳곳에 멈췄던 타워크레인은 다시 움직이고 건설 중단으로 방치됐던 빌딩과 도로는 이미 완공됐고 밤에는 불이 꺼져있던 초고층 빌딩에는 불빛이 환하게 비추고 있다. 2009년 11월 두바이 국영 개발업체 두바이월드가 모라토리엄(채무 유예)을 선언하면서 멈췄던 도시는, 꿈을 이뤄가는 듯했다.
최 차장은 “도시가 완성돼 깨끗해졌고 때마침 중동에 불었던 민주화로 불안감을 느낀 중동 귀족들이 피난처로 두바이를 여겨 이주하면서 부동산경기도 살아났다”며 “(두바이식 개발이)성공모델이 될 수 있다는 분위기였다”고 했다.
추진단은 중동 체류 내내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우선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본 두바이의 모습이었고, 다음으로 9일 열렸던 라운드테이블(roundtable) 행사에서 우리나라 금융에 대해 최초로 IR(설명회)을 하자, “작은 걸로 20억 달러(한화 2조원)부터 시작할 수 있다”는 답을 들었다.
추진단 관계자는 “한국의 학교나 병원을 (중동으로) 유치할 수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면서 “911테러로 미국 내에서 반이슬람 정서가 확산되자 그곳에서 유학 중이던 왕족의 자녀를 귀국시키고 대신, 사실상 미국 대학을 사온 게 이곳의 힘”이라고 했다.
◆ “중동을 몰라도 너무 몰랐다”
진짜 충격은 중동을 몰라도 너무 몰랐다는 것이다. 추진단은 출국 전 기본 데이터로 ‘초고유가에 따른 오일머니 유입과 민주화(재스민혁명) 진전으로 제2의 산업화붐이 예상된다’ 정도였다.
그러나 중동은 예상보다 훨씬 앞서 있었다. 두바이 경제개발 모델을 토대로 차별화된 개발이 GCC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다. 카타르는 무탄소 도시 마스다르와 세계 최대 규모 항만을 만들고 있고, 아부다비는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의 분관을 거금을 들여 지으며 문화·스포츠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또 각 국가는 도시 배후에 대규모 산업공단을 만들어 놓고 '세금 0원'을 내세워 전 세계 기업을 유치하고 있다.
최 차장은 “GCC 국가들은 향후 10년간 10조 달러(한화 1경600조원) 경제개발에 투자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 우리나라 건설, 금융 등에 엄청난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한·중동 금융협력추진단은 김정훈 국회 정무위원장을 단장으로 중심으로 김영주 의원 등 정치권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정책금융공사, 증권거래소, 중소기업중앙회, 은행연합회, 금융투자협회, 우리은행, 하나은행, 외환은행, 신한은행, KB국민은행, KDB산업은행, 대우증권, 삼성증권, 우리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화재, 서울보증보험 등의 CEO와 임원급 이상이 참가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