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사헌 기자] 월가 애널리스트와 투자자들이 다우지수의 사상 최고치 경신에 환호하는 동안, 경제전문가(월가의 '이코노미스트')들은 현실이 내키지 않는 모양이다.
무엇보다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다우지수 사상 최고치는 별 의미가 없다. 물가 변동을 고려하지 않은 명목수치이기 때문이다.
5일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비자물가 상승을 고려한 실질로 보자면 다우지수는 최근 13년 넘게 사상 최고치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2007년 10월 기록한 명목 최고치도 실질 기록에서는 제외된다. 가장 최근의 실질 최고치는 2000년 1월 14일 기록이다. 명목 수치로는 1만 1722.98포인트.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의 금융사가인 리처드 사일라 교수는 "인플레이션을 고려하지 않고 기록을 보면 잘못 판단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물가 영향은 단기적으로 보면 무시할 수 있는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는 매우 큰 왜곡효과는 나타냈다. 예를 들어 다우지수는 지난 100년 동안 명목으로는 140배나 올랐지만, 물가를 고려한 실질로는 7배 정도 올랐을 뿐이다. 엄청난 차이가 아닐 수 없다.
최근 13년 동안으로 보면 다우지수는 명목으로 2000년 1월 고점에서 22% 더 올랐지만, 물가를 고려할 경우 10% 떨어진 것으로 확인된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이 물가를 고려하지 않는 것은 왜일까? 이유는 두 가지다. 먼저 물가를 고려한 실질 수치를 계산하고 설명하기가 복잡하다. 다우지수가 1896년에 도입되었을 때는 매일 수기로 계산했기 때문에 이렇게 하기가 사실 어려웠고, 관행이 됐을 것이다. 지금은 컴퓨터로 자동계산한다고 하지만 역시 수십년 기간 동안 변화를 일일이 대조해 계산하기 어렵다. 그 다음, 당연히 물가를 고려한 수치는 명목수치보다 성과를 낮아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월가가 좋아할리 만무하다.
실리아 교수는 은퇴설계를 할 때에도 물가를 고려하지 않으면 미래 수익에 대해 과대평가하게 되어 현실적으로는 예상과 크게 다른 실망스러운 결과에 직면하게 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사람들은 원래 미래를 보고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에, 물가 전망에 항상 신경을 써야 한다면서 "10% 수익을 보고 투자했는데 물가가 그 만큼 오르면 아무런 수익이 없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미국 노동부 통계에 의하면 월가의 주식투자 붐이 개시된 1994년 이후 소비자물가는 무려 55%나 올랐다. 이걸 보지 않고 명목 주가 상승을 보면 당연히 안 된다.
비스포크 인베스트먼트 그룹의 분석에 의하면, 5일 기록한 다우지수 최고치는 1994년을 기준으로 물가를 고려할 경우 9256.38포인트로, 2007년 고점을 실질화한 1만 194.80포인트보다 낮다. 2000년 고점이 1만 424.28포인트에서는 더 먼 수치다. 1994년 이후 두 배 이상 오른 다우지수지만, 실질로는 1999년 이후 더이상 오르지 않은 것과 같다.
현재 다우지수가 실질로 최고치가 되려면 1만 6052.22포인트까지 올라야 하는데, 앞으로 13%는 더 가야 한다.
MKM파트너스의 마이클 다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계속 그랬지만 증시는 새로운 명목 최고치를 경신한 다음 실질 최고치를 넘어서는 경향이 있는데, 이번에도 수 년 내에 그렇게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다우지수를 볼 때 계속 지급된 배당금과 떨어져 나간 세금, 수수료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배당금과 조세를 고려하면 다수지수의 상승폭은 더 높게 평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점을 고려한다고 해도 이번 명목 최고치가 실질 사상 최고치에 도달하지 못한 것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