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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고용율 60%대' 스위스의 비결

기사등록 : 2014-02-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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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산업통상자원부 이호현 산업인력과장

"기업 주도의 직업학교 통한 산업인력 양성이 해법"

[뉴스핌=홍승훈 기자] 대기업 생산 조립공장은 고졸 여사원, 1차 협력사는 아줌마부대, 2차 협력사는 외국인노동자. 이것이 한국 산업인력의 현 주소다. 

기업들은 상당수 국민의 반기업정서보다 심각한 문제로 턱없이 부족한 산업인력 문제를 꼽는다. 앞으로 한국경제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란 우려와 함께. 구직자는 넘쳐나지만 고용시장의 빈익빈부익부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일부 직종과 직장으로만 몰리는 이른바 '산업인력 미스매치'의 골이 깊어지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국내 교육의 한계, 일자리 환경, 사회 문화적 인식과 철학의 문제로까지 확대되는 국내 산업인력의 미스매치 문제는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리 직업훈련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정착됐다는 스위스 산업인력 현장 시스템을 둘러보고 돌아온 산업통상자원부 이호현 산업인력과장(사진)을 만나 그가 보고 느낀 스위스 직업교육 현장 이야기를 들어봤다.

- 최근 박근혜 대통령을 수행해 스위스의 직업교육 현장을 다녀왔다던데 어땠나요. 그보다 스위스가 듣던대로 글로벌리 직업교육시스템이 가장 잘 짜여진 국가 맞나요.

= "이번 정부 국정과제 중 하나가 스펙타파, 능력 중심 사회죠. 스위스는 청년고용률이 상당히 높습니다. 한국은 40%선을 턱걸이하던 청년고용률이 지난해 30%대로 떨어졌는데 스위스는 60%대를 꾸준히 유지합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현장을 찾아 살펴본 것입니다."<표참조>

<자료 :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 가장 큰 차이가 뭔가요. 우린 고등학교 졸업하면 대부분 대학진학에 몰두하는데 스위스는 바로 취업을 한다고 들었는데.

= "스위스 국민들의 대학 진학률은 20%대 수준입니다. 우리나라 70%와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죠. 스위스는 중학교 졸업생 10명 중 7명은 직업학교를 택합니다. 실용적인 직업교육을 받는 곳이죠. 대학진학을 위해 인문계를 택하는 학생은 10명 중 2~3명 정도에 불과합니다."

- 스위스의 직업학교란 곳이 우리로 말하면 예전의 상고(상업고등학교)나 공고(공업고등학교), 지금은 마이스터고나 일부 특성화고일텐데 이같은 진로를 택하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 "스위스의 사회적 분위기는 직업학교를 가도 먹고 사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는 인식이 높습니다. 이미 중학교 1~2학년때 적성을 면밀히 파악해 대부분 자신에게 맞는 직업학교를 택한다고 합니다. 물론 거기 학교 선생들도 학생들을 오랫동안 관찰해 이를 토대로 합리적 판단을 하기 때문에 권위도 있고 대부분 학부모들도 이를 수용하는 분위기죠."

이 과장은 이번 출장때 현장체험을 위해 국내 마이스터고 학생 한명도 동반했는데 그 학생 역시 중학교 졸업이후 마이스터고 진학을 결정했을때 부모의 반대가 상당했다고 한다. 한국의 현실은 역시 다르다.

이 과장은 "물론 한국과 스위스의 문화 자체가 다르니 이를 그대로 벤치마킹할 순 없겠지만 스위스의 산업인력에 대한 직업교육 시스템은 면밀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스위스의 직업학교 시스템은 어떤가요.

= "이원제 시스템으로 돼 있습니다. 일주일 중 3~4일은 학교와 계약을 맺은 기업(집에서 통근이 가능한 근거리)에서 현장훈련을 하고 1~2일은 학교에서 이론과 소양교육을 합니다. 현장훈련에선 아직 견습생 수준이니 정식 근로계약은 아니고 한달에 1000~1500스위스프랑(한화 120~180만원)의 급여를 받죠. 일정보수를 받으니 고등학생때부터 경제적 자립이 가능해지는 셈이죠. 현장교육 역시 기업직원 중 마이스터 출신들이 제대로 지도를 하고 있구요. 학점인증 등을 위해 기업 현장교육을 대충 거치는 우리와는 질적으로 달랐습니다."

기업 스스로 이같은 당장 돈 안되는 투자를 하는 이유는 뭘까. 사고가 유연한 청소년기에 직업훈련을 받게 되면 단기 숙련도가 높다고 한다. 특히 기계나 엔지니어링 등 높은 숙련도가 필요한 기업들의 경우 직업학교시스템을 반기는 상황이다. 

그럼 예산은 정부가 다 지원할까. 이 과장에 따르면 정부는 직업학교 비용만 지원하고 기업현장에 드는 비용과 급여는 기업이 자체 조달하고 있다. 결국 스위스가 낮은 실업률과 높은 청년고용률을 유지하는 비결은 '기업이 참여하는 도제식 직업교육시스템'이 상당부분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렇게 직업학교(고등학교 수준)를 졸업한 학생들의 임금 수준은 어떨까.

= "직업학교를 나와 취업한 사람과 대졸자와의 연봉 차이가 거의 없다고 들었습니다. 이번에 방문한 스위스 로슈진단의 VET(직업학교)시스템 총괄임원 역시 직업학교만 나왔지만 승승장구하고 있죠. 취업후 인사나 승진에도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전문 경영인으로서 계획이 있다면 직장에 다니면서 대학진학을 통해 공부할 수 있는 기회도 충분히 있다고 합니다."

실제 스위스 소재 글로벌기업의 CEO를 지낸 사람들 중 VET 출신은 많다. 세르지오 에르모티(Sergio Ermotti)는 거대금융그룹 UBS CEO를 지냈고 모니카 발저(Monika Walser)는 가방브랜드 Freitag CEO를 역임했다. 하인즈 커러(Heinz Karrer) 스위스경제연합회 회장은 AXPO홀딩스 CEO로 활약했다.

실제 스위스 출신 노벨상 수상자는 역대 29명이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스웨덴에 이어 여섯 번째. 총인구 대비로 보면 위상은 더 높다. 일인당 노벨상 수상자는 스위스가 단연 전세계 최고다.

- 이번에 한국 마이스터고 학생들이 졸업이후 스위스에서 직업교육을 받고 스위스기업에 취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해 양국간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했는데 언제부터 시행이 되나요.

= "일단 국내 마이스터고 2학년을 마친 학생을 선발해 한국의 로슈진단에서 1년 견습생활을 하게 할 생각입니다. 1~2일은 학교, 3~4일은 로슈진단에서 일하는 거죠. 이후 졸업하면 스위스 현지 로슈기업에 가서 2년 트레이닝을 거쳐 글로벌기업에 진출할 수 있게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외국의 직업학교시스템을 최초로 경험하는 선구자적인 역할인데 일단 내년부터 20여명을 선발해 시행할 계획입니다. 예산 문제는 기재부와 협의해야죠."

- 독일도 이같은 직업학교 시스템이 잘 돼 있다고 들었는데 스위스와는 차이가 뭔가요.

= "독일은 직업학교를 가면 일반대학으로 진로를 바꾸기 어렵습니다. 일단 진로를 결정하면 그 길로만 가야하는 거죠. 하지만 스위스는 도중에 진로를 바꿔 대학진학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려있어 좋은 것 같습니다."

- 끝으로 덧붙일 말씀이 있다면.

= "우리의 진로교육에 대해 재점검해봐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해졌습니다. 사회가 책임지고 운영하는 시스템이 있어야 해요. 학교 교육의 변화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직업교육에 있어선 기업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앞으로 정책을 만들어갈때 기업들이 학생들에 투자하고 직접 교육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뉴스핌 Newspim] 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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