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종빈 기자] 크림자치공화국의 러시아 귀속으로 한층 긴장이 높아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위기는 유럽연합(EU)의 전략적 사고 부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적했다.
신문은 16일(현지시각) 유럽연합은 세계 경제와 교역에서 강력한 지위를 누리고 있음에도 이에 걸맞은 세계 질서 확립에 대한 역할은 크게 부족했으며 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의 영향력은 유럽연합 회원국들에게만 작용할 뿐이었다고 꼬집었다.
FT는 이 같은 배경으로 "EU 정상들이 선진7개국(G7) 정상회담에서 사진을 찍는 것만 즐겼다"면서 "중대 사태가 발생하면 EU가 강력한 메시지를 발표하고 프랑스와 영국 등이 이를 나중에 완화하는 듯한 모습이 반복됐다"고 비판했다.
또한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경우 EU는 미국이 이끄는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 손을 내미는 것으로 해결했다고 지적했다.
결국 EU 외교력 부실의 대가는 러시아의 갑작스런 크림반도 점령 위기로 수면위로 드러났다. EU는 회원국들이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사실상 사태의 직접적인 이해당사국이었지만 별다른 반발조차 할 수 없었다.
이는 러시아가 EU를 더 이상 전략적 위협 대상으로 보지 않고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신문은 EU가 우크라이나 사태 발발 이전에 보인 태도를 보면 기술적인 조치만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으나 실제는 그렇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러시아의 크림반도 점령 사태에서 EU 주요국들은 제각기 단기적 입장차에만 집중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국내에서의 단기적인 희생이 있더라도 장기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어야 하며 전략적 사고방식이란 이런 것이라는 게 FT의 충고다.
EU 지도자들의 전략적 사고를 강조해 온 얀 테차우 유럽군사문제전문가는 "EU 지도자들은 보통은 같은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서 "하지만 문제가 발생하면 단기적 해법만을 논의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EU 정치권이 각성하지 못한다면 어떤 사건도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