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양창균 고종민 함지현 기자] 중국 정부가 위안화 약세전환 한달 만에 위안화 환율 변동 폭 확대를 전격, 발표했다. 달러에 대한 위안화의 가치는 지난 2005년 7월 환율개혁이후 장기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러한 장기적인 상승흐름은 올 2월 17일을 고비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위안화 환율 변동 폭 확대조치가 내려진 것.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위안화 투기세력을 위축시키고 장기적으로는 기축통화로 만들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은 변동 환율제도를 도입하기 시작한 1994년 위안화 하루 변동 폭을 ±0.3%로 제한했다. 이후 2007년에 변동 폭을 ±0.5%로 넓힌데 이어 2012년에 다시 ±1%로 확대했다. 한발 더 나가 중국은 17일부터 위안화 환율 변동 폭을 ±2%로 확대, 적용했다.
당장 위안화 약세나 변동 폭 확대에 따른 국내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국내 업종별 영향도 아직까지 뚜렷한 징후를 보이지 않고 있다.
◆ 위안화 약세에 브레이크 걸리나
위안화 약세가 한달동안 지속된 가운데 중국 인민은행이 꺼내든 환율 변동 폭 확대 조치가 위안화 가치 등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PBOC)은 17일부터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 변동 폭을 ±1%에서 ±2%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조치가 위안화 가치 하락세를 일단락 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증권보(中國證券報)는 이날 루정웨이(魯政委) 흥업(興業)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의 견해를 인용해 "위안화 환율 변동 폭 확대 발표는 금융당국이 고시환율로 유도했던 위안화의 가치하락을 멈출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의 수출감소로 위안화 절상 압력이 약화됐고 중국의 막대한 외환보유액이 위안화 가치의 하락을 저지해 향후 1~2분기 동안 위안화 환율이 일정 구간 내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위안화 환율 변동 폭 확대조치가 외환시장에서의 위안화 가치 등락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교통(交通)은행 금융운용센터는 위안화 환율은 일일 변동 폭보다 중국 경기와 국제정세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고 분석했다. 현재 중국의 경제성장이 둔화세인데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등 세계 자금 흐름의 변화로 위안화 가치는 단기적으로 하락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다만 루정웨이 이코노미스트와 교통측은 모두 장기적인 위안화 가치에 대해 소폭의 상승세를 점쳤다. 중국 경제의 전반적인 안정세 유지와 세계 경기 회복 등이 수출증가에 도움을 줄 것이므로 위안화 가치가 장기적으로는 조금씩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 금융시장 영향은
중국 위안화 약세가 한 달 째 계속되고 있으나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장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위안화 변동 폭 확대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위안화 약세가 본격화된 지난달 18일 이후 이날까지 철강금속업종 지수는 6.1% 하락했다. 낙폭이 작진 않지만 연초 이후 위안화가 강세를 보였던 지난달 17일까지 4.7% 떨어진 것과 비교하면 그리 크다고 할 수도 없는 수준.
조선과 자동차 그리고 화학업종 등도 마찬가지다. 운수장비업종이 연초 이후 위안화 강세 구간까지 2.7%, 화학업종이 4.0% 내린데 비해 지난달 18일 이후로 지금까지는 각각 0.9%, 2.7% 하락했다.
조병현 동양증권 연구위원은 "중국 경기가 안 좋다는 것은 선진국의 수요가 안 좋다는 것"이라며 "이는 우리나라도 똑같이 영향을 받는 것으로, 환율보다는 경기가 우선"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위안화 변동 폭 확대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긍정적 기류가 흐르고 있다.
금융시장 한 관계자는 "위안화의 변동 폭 확대는 이미 이전부터 예견됐던 이슈"라며 "국내 금융시장에 지금 당장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망했다.
김중수 총재는 이날 기자들과의 만나 "중국 위안화 변동 폭 확대는 잘하고 있는 것"이라며 "좋은 방향으로 잘 나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항상 자유를 주면 방탕할까봐 걱정하지만 그것은 선택의 문제라고 본다"며 "이제 중국이 시장에 맞추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 바람직한 방향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어 김 총재는 "중국이 어려운 결정을 한만큼 우리나라도 변화한 환경에 적응하도록 연구를 게을리하지 말아야한다"고 당부했다.
◆ 일반 산업엔 '악재일까 호재일까'
지난해 12월 중국 동부 칭다오 항구에서 컨테이너 화물들이 선적되고 있다.[사진: AP/로이터] |
국내 중간재 제품의 수출 물량이 중국을 통해 해외로 나가고 있는 비중이 커 국내 기업들이 수혜를 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위안화 가치 하락이 중국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 강화로 연결돼 중국 기업을 거친 해외 수출 물량이 늘어날 수 있는 것.
실제 국내 기업들중에는 전기 전자 기계업종 가운데 중국에 대한 중간재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이 현지 오더가 늘어나 위안화 가치 하락에 따른 수혜를 볼 것이라는 전문가들 의견도 있다.
위안화 가치가 떨어져 중간재 비용이 늘어나도 수출물량으로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굳이 피해 업종을 꼽는다면 중국 기업과 경쟁을 하고 있는 완제품 생산 분야다. 중국 내수 시장이 확대되면서 자동차·TV·휴대폰 등 국내에서 중국으로 수출을 하고 대기업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마저도 중국 공장을 통한 내수 기업화를 실시, 환율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양창균 기자 (yang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