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경환 기자] 한화와 삼성 간 빅딜이 마무리됐다. 한화종합화학과 한화토탈에 이어 한화테크윈과 한화탈레스 인수까지 끝낸 한화는 유화 및 방산 일류 기업으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테크윈 29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한화테크윈으로의 상호 변경을 의결했다. 삼성테크윈이 50% 지분을 가진 삼성탈레스 또한 이날 임시주주총회를 개최(서면으로 갈음), 한화탈레스로 이름을 바꿨다.
▲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
앞서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은 지난 4월 임시주주총회에서 한화종합화학과 한화토탈로 상호를 변경, 한화 계열사로 새롭게 출발한 바 있다.
한화는 이번 인수합병(M&A)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게 됐을 뿐만 아니라, 지난 60여 년 한화그룹 역사 동안 줄곧 그룹 성장의 모태가 돼 온 방위사업과 유화사업의 위상을 국내 최대규모로 격상시켰다.
한화종합화학과 한화토탈 편입으로 유화부문에서 매출 18조원으로, 국내 수위를 다투게 됐고, 한화테크윈과 한화탈레스 인수로 방산부문에서는 매출이 2조6000억원에 이르러, 국내 1위로 올라서게 된 것이다.
한화 관계자는 "방위사업과 유화사업의 핵심역량 강화를 위한 이번 딜을 통해 한화는 '선택과 집중' 전략에 기반한 중장기 사업구조 재편작업을 일단락했다"며 "주요 사업부문에서 세계 일류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확고한 발판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먼저 한화종합화학과 한화토탈 인수로 한화는 석유화학의 기초 원료인 에틸렌 생산규모가 세계 9위 수준인 291만톤으로 늘리며 규모의 경제를 실현, 나프타 대량 구매를 통한 원가 경쟁력 제고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나프타-콘덴세이트-LPG로 다각화된 원료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돼, 저가 원료를 기반으로 한 북미·중동의 석유화학 회사들과의 경쟁에도 대비할 수 있게 됐다.
제품 측면에서도 기존 에틸렌 일변도의 제품군에서 탈피, 폴리프로필렌·파라자일렌·스티렌모노머 뿐만 아니라 경유·항공유 등 에너지 제품 등으로 다각화가 가능해졌다. 이를 통해 기존 일부 주력 제품의 경쟁력과 수익성 악화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게 돼, 안정적인 수익성장의 기반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한화는 한화테크윈과 한화탈레스 편입을 계기로 방위사업 자체의 규모 확대뿐만 아니라 기존의 탄약, 정밀유도무기 중심에서 자주포, 항공기·함정용 엔진 및 레이더 등의 방산전자 사업으로까지 영역을 확대하며, 차세대 방위사업에 적합한 포트폴리오를 확충하게 됐다. 한화테크윈을 통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 10%도 확보한 한화는 지난 12일 삼성테크윈과 '테크윈 신비전 및 성장전략 수립'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발족했다.
▲ 한화그룹 본사 전경. <사진=뉴스핌 DB> |
한화는 한화테크윈의 사업영역 중 하나인 로봇 무인화 사업 육성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또한, 지난해 10월 합병한 기계부문(옛 한화테크엠)의 산업기계 기술에 한화테크윈의 메카트로닉스 기술을 통합해 공장자동화, 초정밀 공작기계, 태양광 제조설비 등의 분야에서 시너지를 창출해 나갈 방침이다.
나아가 한화는 기존 국방용 무인기 기술에 한화테크윈의 영상처리 및 정밀제어기술, 한화탈레스의 소프트웨어 기술을 더해 중장기적으로 무인시스템과 첨단 로봇 사업 분야 등으로도 적극 진출한다는 청사진도 그리고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이번 인수로 한화는 방산분야에서 제품영역을 확대, 향후 규모를 증가시킬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면서 "항공기 부품과 더불어 기존 탄약, 자주포, 레이더 등의 방산사업과 삼성테크윈의무인 로봇, 항공기 엔진, 칩마운터, 에너지장비, CCTV 사업 등과의 시너지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삼성테크윈 임시주주총회는 노조 반발에 부딪혀 파행을 겪다 오후 5시 경이 돼서야 사명 변경 안건과 신현우(현 한화 방산부문 부사장) 사내이사 신규 선임 안건 등이 통과됐다. 앞서 한화테크윈 사장으로 한화는 김철교 현 사장을 유임키로 했다.
삼성테크윈 노조 측은 위로금 지급과 고용 안정 보장 여부 등을 문제삼아 격렬히 저항했다. 현재 삼성테크윈 사측은 기존 2000만원에서 4000만원으로 위로금 수준을 상향 제시한 상태다. 하지만, 이는 노조 측 요구안 1인당 2억4000만원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또한, 노조 측이 마지노선으로 여기는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의 6000만원 수준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한화 관계자는 "마지막까지 잘 마무리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