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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폴트行' 그리스, 미지의 영역에…남은 분수령은

기사등록 : 2015-07-01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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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ECB 회동 '주시'…최후 생사기로는 7월20일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그리스가 결국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경고했던 '미지의 영역(uncharted territory)'에 진입했다.

30일(현지시각) 그리스는 국제통화기금(IMF)에 15억유로 규모의 부채 상환에 실패했다. 선진국 중 처음으로 IMF 채무 불이행 국가가 된 것이다.

채무 상환에 실패한 그리스는 '사실상 국가부도(디폴트)' 상태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그리스 공공부채에 대한 민간채권자가 없다는 점에서 아직은 엄밀히 공식 디폴트 상태가 아니다.

◆ 그리스 '사실상 디폴트 상태'?

IMF는 회원국이 채무를 갚지 못하는 것을 디폴트가 아닌 '체납(arrears)' 상태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스는 이날 소말리아, 수단, 짐바브웨 등과 함께 지급지체국으로 분류된 것이며 체납이 해소될 때까지 IMF의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없을 뿐이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나 무디스, 피치와 같은 국제신용평가사들 역시 IMF와 같은 공공기관에 대한 채무 불이행은 디폴트로 보지 않으며, 민간 채권자에 대한 채무 상환 불이행만을 디폴트로 간주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IMF 채무 상환 불이행에 이어 구제금융 프로그램까지 종료되면서, 향후 그리스의 민간자금 상환불이행(디폴트)와 그로 인한 그렉시트(유로존 탈퇴) 가능성이 한 층 더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30일 IMF 채무 불이행으로 인한 '기술적 디폴트'까지는 이미 예고된 상황이었으며, 지금부터 최후의 생사기로로 여겨지고 있는 7월 20일까지 어떤 상황이 발생하느냐에 따라 그리스와 유럽의 운명이 좌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7월1일-5일-10일-20일 거듭 놓인 '분수령'

당장 눈 여겨 봐야 할 이벤트는 '1일 예정된 유럽중앙은행(ECB) 정례 회의'다.

그리스가 요청했던 구제금융 연장이 채권단 반대로 무산되면서 마지막 집행분이었던 72억유로도 당장 받을 수 없게 된 상황에서 그리스가 의지할 단 하나의 자금줄은 ECB의 긴급유동성지원(ELA)이다.

ECB는 이날 정례 회의에서 ELA 한도를 재검토할 예정이다. 앞서 ECB는 ELA 한도를 현행 약 890억유로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힌 상태이지만, IMF 채무 불이행을 이유로 ECB가 ELA 중단을 선언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그리스 은행들이 ELA 창구 이용 시 사용하는 정부 보증채나 재정증권(T-bill)이 (IMF 채무 상환 불이행으로 인해) 더 이상 담보 가치가 없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ECB가 구제금융 관련 국민투표가 실시되는 7월 5일까지는 ELA 한도를 현행 수준으로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ECB는 자체적인 판단보다는 그리스 정부와 유럽 채권단의 협상 결과에 따라 태도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합의가 이뤄진다면, ECB의 자금지원 한도가 늘어날 수도 있다.

올들어 그리스인들이 자국 은행에서 인출한 자금은 350억유로에 달했고 외국계 기관이 회수한 자금도 300억유로에 이른다. 알려진 바로는 현재 그리스 시중은행의 잔액은 20억유로 정도 밖에 없다.

그 다음 분수령은 ECB를 비롯해 유럽 채권단 측도 예의주시하고 있는 '5일 국민투표'다.

현재 여론대로 국민투표에서 구제금융 찬성 결과가 나온다면 그리스 사태는 점진적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것이란 전망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채권단 측도 국민투표 실시 이후에 논의를 이어가자는 입장인 만큼 추가 지원이 나올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진다.

하지만 이번 투표가 긴축 반대 공약으로 정권을 획득한 시리자 정부에 대한 신임투표적 성격을 띄기도 해, 결과를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주장도 나온다. 반대표가 우세할 경우 ECB가 ELA를 중단하고 그리스는 유로존 잔류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할 가능성도 있다고 커먼웰스뱅크 전문가는 내다봤다.

그 다음 2억유로 규모의 재정증권 만기가 도래하는 7월10일 역시 그리스의 디폴트 여부가 또 한 번 판가름날 전망이다.

앞서 그리스의 유로존 잔류 가능성을 50%로 평가하며 그리스 국가신용등급을 'CCC-'로 한 단계 강등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성명을 통해 그리스가 10일 민간채권단에 채무를 상환하는지 여부를 보고 디폴트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리스 부채 상환 일정은 이후에도 더 남아있긴 하지만, 35억유로에 달하는 ECB 지원자금 상환에 나서야 하는 7월20일에 가서는 ′최후의 생사기로′에 서게 된다.

주요 외신들은 ECB에 대한 디폴트는 ELA 중단으로 이어질 것이 뻔하다며 그리스가 유로존 내에서 살아남기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이 경우 그리스 시중은행은 곧바로 붕괴되고 담보자산은 차입되어 매각된다. 그리스 정부와 중앙은행은 금융시스템을 되살리기 위해서 '새로운 통화'를 발행하는 수밖에 없게 되고, 이는 곧 사실상의 '그렉시트' 상황을 의미한다.

한편, 법적인 그렉시트는 그리스의 유럽연합(EU) 탈회를 의미한다. 유로존 회원국은 '되돌이킬 수 없는' 자격이며, 따라서 그리스 국민투표가 그렉시트를 결정하기 보다는 유럽연합 내에서도 선진국들로 이루어진 유로존의 의지가 더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기자 (kwonjiu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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