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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김성수 기자] 지난주 발표된 미국 고용지표가 예상 밖 호조를 보이면서 '수퍼달러'가 또다시 힘을 얻고 있다.
연내 미국 금리인상 전망이 더 짙어지는 동시에 유럽중앙은행(ECB)의 추가부양 전망, 영란은행(BOE)의 금리인상 폐기 등이 맞물리면서 미국 달러화 가치를 끌어올렸기 때문.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물론 정책당국자들역시 미 달러 강세가 얼마나 더 진행될지 주목하고 있다.
유로화와 엔화의 상대적인 추가 약세 전망이 힘을 얻고 있지만, 연방준비제도가 금리인상을 개시하더라도 달러화의 추가 강세는 부담인만큼 앞으로 긴축 속도 조절 등으로 폭주는 막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또 달러화의 행로는 중국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되는지도 중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0일 현재 6대 주요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보여주는 달러화지수는 고용지표 발표 후 99.35로 4월 중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현재 달러지수는 전일대비 0.1% 상승한 99.074를 나타내고 있다.
최근 5년간 달러지수 추이 <출처=블룸버그통신> |
◆ 골드만삭스 "달러 강세, 이제 시작"
앞서 홀로 유로/달러 환율의 연내 '패리티' 전망을 고수하던 골드만삭스는, 10월 고용보고서를 본 뒤 "달러 강세가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고용지표가 기대를 웃돌면서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오는 12월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강화된 영향이다. 고용지표 발표 후 연방기금 선물시장에서는 12월 금리인상 확률을 기존 56%에서 68%로 높였다. 한 달 전에는 12월 인상 가능성이 40%에도 못 미쳤었다.
다수 투자은행(IB)이 연내 금리인상에 한 표를 주고 있다. 고용 보고서 발표 전까지만 해도 12월 금리인상을 예상한 기관이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크레디트스위스(CS) 골드만삭스(GS) HSBC JP모간 모간스탠리(MS) 소시에테제네랄(SocGen) 스탠다드차타드(SC) 등 8곳에 그쳤다. 그러나 고용지표가 발표되자 바클레이즈 BNP파리바 노무라 등 3곳도 금리인상 예상 시점을 내년 3월에서 올해 12월로 앞당겼다.
기존에 연준의 저금리 유지를 주장하던 펀드 매니저들과 애널리스트들은 고용지표 발표 후 금리인상 쪽으로 노선을 변경하는 모습이다. 바클레이즈의 마이클 가펜은 지난 가을만 해도 연준이 내년 3월까지 금리를 동결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12월 금리인상으로 의견을 바꿨다.
밥 브라운 노던트러스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제로금리는 더 이상 정당화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연준은 매크로 헤지펀드처럼 금리를 조작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는 달리 연준이 그 동안 금리인상을 참고 기다린 것은 지난 8월 중국이 일시 위안화 평가절하를 단행한 뒤 계속해서 외환시장에 개입한 것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배리 아이켄그린 캘리포니아주립대 경제학 교수는 9일 칼럼을 통해 "중국이 위안화 추가 약세를 막기 위해 미 국채를 팔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최근 미국 통화정책 경로는 사실상 중국이 쥐고 있던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에서 계속 자금이 빠져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연준이 기다리는 전략을 쓴 것은 당연하다면서, 중국 외환보유액 내에 유로화 비중도 상당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유럽중앙은행 역시 추가 양적완화 결정을 내릴 때 이 점을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 "유로/달러 패리티는 없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달러 강세도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연준이 금리인상 준비에 나서면서 느리지만 긴축 국면에 들어갈 것이고, 이는 달러 가치를 더 끌어올릴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연준은 달러 강세가 경제에 미칠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강달러 속도 조절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이달 초 기자회견에서 오는 12월에 통화정책 강도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만약 ECB가 12월 후 마이너스 예금금리폭 확대 등 추가 부양책을 실시한다면 달러 강세는 더 가팔라질 것인데 이는 연준이 원치 않는 상황이다.
즉 연준은 연내 금리인상을 단행해도 추후 인상 속도를 완만하게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달러의 추가 강세 여지는 제한될 것이며, 다른 주요국 통화정책과 맞물려 시장 변동성도 높아질 전망이다.
BNP파리바 애널리스트들은 "달러가 강세 폭을 확대할 것"이라며 "다만 연준이 달러 강세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어 그 정도는 다소 제한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국제금융센터> |
상당수 전문가들도 유로/달러 패리티 가능성을 낮게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유로/달러는 현재 1.07달러 수준에서 올해 4분기에 1.09달러로 오히려 상승할 것이며, 내년 1~2분기에 1.07달러 수준으로 낮춘 다음 내년 3분기에 1.08달러로 점차 높여갈 것으로 전망됐다.
앨런 러스킨 도이체방크 전략가는 "달러 강세는 이제 분명한 거래 방향"이라면서도 "다만 연준 금리인상이 얼마나 점진적일지가 문제기 때문에 주식시장 향방은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브라운 CIO는 "연준은 (금리인상 작업에) 매우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채권 수익률 커브는 실제 연준의 행보에 비해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설정돼 있다"고 말했다.
킷 주크스 소시에테제네랄 전략가는 "달러가 얼마나 움직일지가 긴축 사이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달러가 신흥시장 통화대비 강세를 보이는 것은 맞지만 급격한 쏠림현상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달러/엔 환율은 최근 2개월 동안 118엔초반~121엔 중반의 제한적인 범위에서 조정 및 등락을 이어왔으나, 지난 주말 123엔 선으로 뛰어오르며너 박스권을 상향 돌파할지 여부가 관심거리다.
투자은행 외환전략가들은 지난 6월 기록한 단기 고점인 125.85엔까지 124엔, 124.50엔, 125.20엔 등 몇 단계 저항선을 다시 돌파할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