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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김성수 기자] 최근 신흥시장에서 자본유출이 지속되고 있어 단기적으로 지역 채권시장 투자 위험이 높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훌륭한 투자 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미국 투자자문사 티로우프라이스(T.Rowe Price)의 채권 분석가가 주장했다.
중국 경기둔화와 브라질 재정적자,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신흥시장 관련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는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 나온 진단이라 주목된다.
◆ 불안안 신흥시장 채권, 위기는 아냐
지난주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수정하면서, 개발도상국이 낮은 성장률이라는 새로운 현실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연초 금융시장은 중국 경제 경착륙 우려 등으로 혼란스럽다.
IMF는 앞서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상과 달러화 강세 등으로 인해 급격히 불어난 신흥시장 채권에 위험이 높아졌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어 이번 주 국제금융협회(IIF)는 지난해에 신흥국에서 중국을 중심으로 7350억달러가 빠져나갔다는 집계치를 공개하며 우려를 키웠다.
21일 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신흥시장 경제가 둔화되고 대출기준이 강화되면서 디폴트 위험이 높아졌고, 이는 신흥시장에 3조6000억달러를 대출해준 외국계은행은 물론 이 채권을 25% 가량 보유한 외국인 투자자에게 타격을 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상품시장 호황으로 급격히 증가한 신흥시장 기업 부채 <자료=국제통화기금, WSJ 재인용> |
최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2015년 신흥시장의 회사채 디폴트가 2004년 이후 최대 수준으로 상승했다면서, 특히 중국을 제외한 5대 대형 경제국가의 회사채 신용등급 하향조정 건수가 154건으로 2년새 6배나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또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의 자료에 의하면, 신흥시장 비금융 회사채 수익률은 6개월 전 5.5%에서 현재 7.2%까지 상승한 상태.
다만 WSJ는 과거 라틴아메리카나 아시아 외환위기 때와 달리 현재 신흥시장은 외환보유액 규모를 늘리고 환율의 신축성을 높여 완충 능력이 커진 상태라는 점은 인정된다면서, IMF는 물론 IIF 등도 경기침체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신흥시장의 회사채는 GDP의 88% 수준으로, 2008년 이후 30%포인트나 증가했다. 중국은 그 비중이 130%에 달했는데, 이는 미국의 70%와 비교할 때 대단히 높은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캐피탈이코노믹스의 닐 시어링 수석신흥시장 담당 이코노미스트가 "위기는 채권 발행 절대 규모나 비중보다는 그 증가 속도에 있다"며 과도한 불안을 경계했다고 전했다.
최근 10년간 말레이시아의 민간 부채는 국내총생산(GDP)와 비교할 때 18.5%포인트 증가했고, 인도의 경우 그 폭이 17%, 인도네시아도 12.5% 정도에 그쳤다. 앞서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발생 당시에는 부채 증가 속도가 태국은 100% 포인트가 넘었고 말레이시아도 50% 폭을 넘었던 것과 비교된다는 것이다.
◆ 신흥국 장기 개혁 전망… 달러표시 국채 매력적
이 가운데, 티로우프라이스의 새미 무아디 신흥시장 회사채 전략 부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각국 신흥국 정부가 위기 극복을 위해 구조개혁을 추진하고 있으며, 종국에는 신흥시장 채권의 투자 기회가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중국 정부가 경기둔화를 막기 위해 쓸 수 있는 정책을 다 사용할 것이란 관측이다. 중국 정부는 위안화 변동성을 관리하기 위해 풍부한 외환보유고를 활용하고 있고 완전고용 상태도 유지하려 애쓰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은 중기적으로는 연간 성장률이 5.5~6%로 둔화되겠으나 완전고용 상태는 지속할 전망이다.
브라질 역시 경기위축을 벗어나기 위해 재정개혁을 실시할 것이며 이는 장기적으로 브라질 채권 투자에 긍정적 재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올해 중후반까지는 브라질 경제가 눈에 띄는 개선세를 보이지 않을 것으로 무아디는 내다봤다.
인도네시아 인도 멕시코도 개혁 작업을 실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인도는 외화자금 유출을 막고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거시경제 안정화 정책과 '친시장 개혁·개방정책'을 실시하면서 투자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반면 러시아와 터키는 가까운 시일 내 경제 및 산업 구조개혁을 단행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무아디 매니저는 이처럼 전반적인 리스크와 유동성을 고려했을 때 달러표시 신흥국 국채에 가장 투자 기회가 많다고 강조했다. 달러표시 채권이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높으며 미국 투자자들에게 환 리스크를 발생시키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그 다음 선호 대상으로는 달러표시 신흥국 회사채를 꼽았다. 이들 채권은 신용 상태가 양호한 데 비해 수익률은 매력적이라 장기적으로 전망이 밝다는 분석이다. 다만 현지 통화 표시 신흥시장 채권의 경우 환위험이 있어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달러강세와 상품가격에 노출된 신흥시장 기업 <자료=국제통화기금> |
◆ "에너지 하이일드 채권, 미국이 더 위험"
에너지 업체가 발행한 하이일드 채권의 경우 신흥국이 미국보다 위험이 낮다는 의외의 분석 결과도 나왔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21일 자 보고서에서 국제유가 하락은 브라질 등 에너지 수출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 회사채에 부담이 되겠지만, 미국 하이일드 채권을 발행한 에너지 업체들에 비해서는 오히려 디폴트 위험이 낮다고 평가했다.
신흥국 에너지 업체들은 미국의 에너지 부문 하이일드채권 발행 업체들에 비해 비용부담이 적고 정부 지원 등 자금을 조달할 창구가 더 많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 하이일드 채권은 위험이 계속 커지고 있다. 무디스는 미국 하이일드 채권의 수익률 스프레드가 800베이시스포인트(bp)를 넘어서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해당 스프레드가 800bp를 넘을 경우 자산시장에 위험자산 회피가 강화되면서 투기등급 회사채 발행기업들이 자본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뉴욕 증시가 최근 들어 변동성 장세를 연출하는 것도 이러한 위험이 내재해 있기 때문이라고 무디스는 지적했다.
미국 하이일드 채권 발행기업들은 평균 디폴트 발생빈도 예상치는 지난 2009년 3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최근 추세를 봤을 때도 지난 3개월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이처럼 하이일드 채권시장 위험으로 미국 증시가 등락을 반복할 경우 장기적으로는 기업과 소비자들의 경기 신뢰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무디스는 경고했다.
<자료=무디스> |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