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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합헌] 김영란법을 피하는 몇 가지 편법들

기사등록 : 2016-08-01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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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청탁'하면 제재 안받아

[뉴스핌=김나래 기자] 헌법재판소가 지난달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이하 김영란법) 일부 논란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법리의 판단보다는 정치적 결정을 내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영란법이 워낙 광범위한 영역을 법적으로 규제하고, 기준도 모호하다보니 실효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부정청탁의 개념, 법 적용 대상과 기준이 모호한 탓에 전문가들은 '사례와 조항의 모순에 빠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다음은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모호한 법 적용을 둘러싸고 일어날 수 있는 가상 편법들의 사례다.

◆ 수술·입원 부탁, 삼성·아산병원 소속의 의대교수 겸직 안한 의사는 가능

# A씨는 국립대병원에 입원하려고 했으나 접수 순서가 밀려 있어 자신의 친구이자 해당 병원 원무과장에게 부탁했다. B씨는 세브란스병원에 예약한 수술 날짜를 앞당기기 위해 친구인 의사에게 부탁했다. C씨는 삼성서울병원에 다니는 의대 교수 겸직을 하지 않은 의사 친구에게 자신의 수술 날짜를 앞당겨 줄 것을 부탁했다.

이 중 김영란법에 저촉되는 사람은 A씨와 B씨이고, C씨는 처벌대상이 아니다. 권익위는 "김영란법상 세브란스병원처럼 사립학교가 운영하는 병원은 규제를 받지만, 삼성서울병원처럼 학교가 아닌 공익재단이 운영하는 병원은 이 법에서 자유롭다"고 판단했다. 이유는 A씨는 국립병원 소속 의사에게, B씨는 학교법인이 설립한 병원 의사에게 부탁했기 때문이다. C씨는 공익재단에 설립한 삼성병원의사로서 학교 교수와 겸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서울대병원 등 국공립병원과 학교법인이 설립한 세브란스병원과 서울성모병원 등만 관련 법 적용을 받는다.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아산병원은 각각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아산사회복지재단이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의사 중 상당수는 성균관대학교와 울산대학교 교수 신분이다. 두 병원은 기타법인 설립 병원이지만 각각 성균관대학교와 울산대학교와의 '협력병원'이 있기 때문에 겸직하지 않았다면 김영란법 대상자는 아니다. 똑같은 일을 하는 의사가 어느 병원 소속이냐에 따라 같은 청탁도 김영란법 대상에 따라 달라진다.

◆ 셀프청탁하면 김영란법 피해간다

# 고위공직자의 딸인 A씨는 담당 교수인 B씨에게 자신의 성적을 올려달라고 부탁했다. B씨는 A의 배경을 이미 인지했고 요구를 들어줬다.

위의 사례는 A씨가 자신의 청원을 B씨에게 전달한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청원을 들어준 B씨만 김영란법 처벌 대상이다.

다만 A씨가 자신의 일을 제3자인 C씨에게 청탁을 하는 경우는 달라진다. 특히 제3자인 C씨가 교수인 B에게 부탁을 했다면 C씨는 제3자를 위해 부정청탁을 했기 때문에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로 가중 처벌된다. 청탁을 들어준 B씨는 2년 이하의 징역,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A씨는 3자를 통해 부탁했기 때문에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지만 자신이 3자에게 부탁하지 않았다면 처벌대상은 아니다.

이해당사자인 본인이 직접 청탁하는 행위에 대해 권익위는 "자기자신을 위한 청탁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한 법적으로 제재를 가하지 않겠다는 뜻이다"라며 "제3자를 통한 부정청탁이 더 많다"고 해석했다. 즉, 이해당사자인 본인이 하는 부탁은 '청원'의 차원으로 해석한 것이다.

김영란법 제5조 제1항을 보면 '누구든지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해 부정청탁을 해서는 아니된다'라고 나와 있다. 이해당사자인 본인이 부정청탁은 하지 못하도록 법에서 금지는 하고 있지만 처벌규정이 없다.

부정청탁을 한 이해당사자인 본인이 일반인일 경우 처벌규정은 없지만 공직자의 경우는 내부징계는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내부징계는 고유의 권한에 따른 것으로 솜방망이 처벌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 건설회사 감리직, 일반기업 수주할 때는 적용 안받는다

# A씨는 건축회사 감리를 담당하는 임원으로 일반기업의 발주를 받아 감리 임무를 수행 중이다. A씨는 시행사와 시공사에서 30만원 이상의 저녁을 접대받았다. B씨도 건축회사 감리를 담당하는 임원으로 공공건물의 수주를 받아 감리를 나가고 있다. B씨도 시행사와 시공사에게 저녁을 30만원짜리를 먹어도 될까?

결론만 말하면 일반기업의 발주를 받은 A씨는 김영란법 대상자가 아니며 공공기관의 발주를 받은 B씨는 대상자다. 건축회사에서 감리를 담당하는 사람의 경우 김영란법 대상자는 아니다. 하지만 발주한 곳이 어디냐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A씨의 경우는 김영란법 시행령의 3-5-10 상한선에도 해당되지 않아 자유롭다. 반면 B씨의 경우는 김영란법 적용대상자로 법 규율을 지켜야 한다.

권익위는 "일반기업에서 수주할 때는 건설회사 감리직은 상관 없지만 경우 공공기관 수주 했을 경우만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 전문가들 "김영란법의 문제는 사례와 조항의 모순"

학계와 변호사계는 김영란법의 입법취지는 공감하면서도 법적 모순으로 실현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한다.

먼저, 적용 기준이 일관되지 못하다는 점이 문제라는 것이다. 김용철 한국반부패정책학회 회장(부산대 교수)은 "사례와 내용에 따라 처벌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나누고 있다"며 "수 많은 사례들이 나오고 있는 것은 법을 적용하기 전에 법이 사례들 포괄하지 못하기 때문에 혼란스런 상황이 지속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법을 만들 때 사례를 모아 발표하지만 이렇게 수 많은 사례별로 적법한지를 판단해주는 것은 처음 본다"며 "법은 일반적인 기준 아래서 포괄적인 법칙을 찾아 내 케이스 사례별로 적용할 때 해석이 가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헌재의 판결에 대한 적절성에 대한 비판도 있다. 헌재의 판결로 모순된 부분을 바꿀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것이다.

김상경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칸트가 말한 것처럼 법은 이성적인 판단의 선물인데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여론재판, 정치재판"이라며 "감정적으로 부패를 차단하려 강렬하게 원하고 있는 여론의 손을 들어줬다"고 평가했다. 

 

[뉴스핌 Newspim] 김나래 기자 (ticktock0326@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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