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필성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일단 구속사태를 피하면서 롯데그룹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동안 롯데그룹은 신 회장의 구속을 최악의 경우로 꼽아온 만큼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된 것.
하지만 신 회장과 검찰의 다툼은 이제 막 시작된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재청구할지, 아니면 불구속 기소를 하게될지는 확실히 정해지지 않았으나, 어찌됐든 신 회장을 둘러싼 법정 공방은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29일 롯데그룹 등에 따르면 신 회장이 구속을 피했지만 법정 공방은 일찍이 예정된 상황이다. 검찰이 향후 구속영장을 재청구할지, 불구속 기소를 하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수사 막바지에 달한 현재로서는 불구속 기소가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때문에 롯데그룹의 관심사는 향후 진행될 재판에 쏠리는 분위기다.
현재 검찰이 신 회장의 주요 혐의로 보는 것은 1700억원대 배임·횡령이다. 이중 500억원대 횡령, 1200억원의 배임 혐의가 각각 적용됐다. 롯데그룹은 이들 중 상당부분이 이미 공정위 등에서 처분 받거나 신 회장 개인의 이익으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보고 있지만 검찰 측도 비리가 객관적으로 확인됐다며 첨예하게 맞서는 중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8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사상 최대 규모 수사관을 동원해 롯데그룹 계열사 20여차례가 넘게 압수수색을 했던 검찰 입장에서는 이번 구속영장 기각에서 자존심에 적잖은 상처를 받은 상황. 앞으로 재판이 더욱 치열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대부분 부친인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시절에 적용된 횡령 보다는 1200여억원의 배임죄가 불확실성이 높다. 배임죄 특성상 경영을 위한 판단이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일은 적잖은 부담요인이다. 배임죄가 자의적인 경영판단을 형사법 잣대로 판단한다는 논란은 재계 오너들의 재판이 진행 될 때마다 자주 거론되던 이슈 중 하나로 꼽힌다.
때문에 재판에 대해서는 롯데그룹도 낙관하지만 못하는 분위기다. 최근 재계 오너에 대한 엄벌 기조가 계속 이어지고 있어 예전의 ‘경제적 성장 공로’를 양형요소로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나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12년 불구속 기소됐지만 1심 패소와 함께 모두 법정 구속되기도 했다.
물론 이들의 사례를 롯데그룹에 곧바로 대입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 사안과 경우도 다를뿐더러 무죄의 가능성도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
적어도 분명한 것은 롯데그룹이 수년간 재판이라는 과정을 겪어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검찰은 신 회장 외에도 이미 구속 재판을 받고 있는 신영자 롯데그룹 장학재단 이사장 외에도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회장, 신 총괄회장의 세 번째 부인인 서미경씨 등을 모두 피의자로 보고 있다.
고령인 신 총괄회장의 기소는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만 이 외에 오너일가가 모두 검찰 칼 끝에 놓였다는 점은 앞으로도 롯데그룹의 험난한 길을 예고한다는 평가다.
재계 관계자는 “오너의 재판을 겪었던 기업 사례를 보면 경영이 상당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공통점이 있었다”며 “롯데그룹이 이 기간을 얼마나 잘 이겨낼지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