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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통법 2년] 이통사‧제조사도 ‘벙어리 냉가슴’

기사등록 : 2016-10-04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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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사 “단통법 수혜 오해, 수익 악화 심각”
프리미엄 시장 실종에 제조사 고민 깊어져

[뉴스핌=정광연‧김겨레 기자] 단통법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 중 하나는 소비자가 아닌 이통사를 위한 편향된 제도라는 비판이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법 시행 전후인 2014년과 2015년을 비교할 때, 이통3사의 마케팅 비용은 8조8240억원에서 7조8619억원으로 1조원 가량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1조6107억원에서 3조169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를 놓고 소비자 단체들은 단통법의 혜택이 고스란히 이통사에게 집중됐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통사들의 입장은 다르다. 지원금 상한제 도입에 따른 시장 경쟁 실종으로 마케팅비가 줄어든 것은 맞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는 해명이다. 3년 일몰제(내년 9월까지 유효)인 지원금 상한제가 없어진다면 과거 수준 이상의 마케팅 비용 증가가 불가피하다는 것.

영업이익 증가 역시 다른 요인에 따른 결과라는 주장이다. 2014년 7195억원 적자에서 2015년 8639억원 흑자로 돌아선 KT의 경우 구조조정 및 사업재편에 따른 결과로, 이를 전적으로 단통법 수혜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SK텔레콤의 2015년 영업이익은 1조6588억원으로, 2014년 대비 783억원 줄었다. LG유플러스는 같은 기간 532억원의 영업이익 증가를 기록했다. 

<사진=미래창조과학부>

오히려 이통사들은 시장 경쟁이 실종돼 번호이동 고객 모집 어려워지면서 추가 수익 확보에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한다. 지원금에 상응하는 20% 요금할인 제도의 정착으로 ARPU(가입자당수익)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 역시 풀어야 할 과제로 떠올랐다.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단통법 시행 이후 국내 프리미엄폰 시장 자체가 위축됐다고 입을 모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주력 모델인 갤럭시S와 노트 시리즈, G시리즈 등의 실제 구매가격이 높아져서다.

A사 관계자는 "단통법이 적용되는 한 출고가격이 비싼 프리미엄 모델이 안 팔릴 수밖에 없다"며 "주력 신제품이 나오면 대대적인 마케팅을 해서 판매량을 늘려야하는데,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이마저도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단통법은 사실상 신제품이 아니라 구형폰을 사게 하는 법인데 구형 스마트폰이나 보급형폰을 팔아서는 수익이 남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프리미엄폰 수요 위축은 스마트폰 제조사의 수익성 악화로 직결된다. 소비자들이 출시 후 15개월이 지나 단통법의 보조금 제한을 받지 않는 구형 스마트폰이나 저가폰을 찾기 때문이다. 제조사의 영업실적에 기여하는 전략 스마트폰의 출고가도 인하됐다.

실제로 지난 2013년 삼성전자 갤럭시S4가 89만9000원에 출시된 이후 갤럭시S5(86만6000원), 갤럭시S6(85만8000원), 갤럭시S7(83만6000원) 등 갤럭시 S 시리즈의 출고가는 매년 떨어졌다. 같은 기간 LG전자 G시리즈의 출고가도 G2(95만4000원), G3(92만원), G4(82만5000원), G5(83만6000원) 등 하향 추세다.

한국 시장이 글로벌 프리미엄폰 시장의 '테스트베드(시험장)' 역할을 하던 것도 단통법 이후 시들해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B사 관계자는 "예전에는 한국 시장에서 반응을 본 뒤 인정받은 스마트폰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었지만 요즘은 그렇지도 않다"고 말했다.

이어 "단통법 전에는 소비자들이 최신 기술이 적용된 신제품을 빨리 구매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이제는 최신 제품을 사기 위해 발품을 팔던 ‘얼리 어댑터’들이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정광연 기자(peterbreak22@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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