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성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당선인이 12일(현지시각) 초대 국무장관으로 친러시아 성향의 렉스 틸러슨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를 낙점했다.
다만 그는 공직 경험이 전무한 데다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 러시아와 친밀한 관계라는 점에서 외교수장 적격성을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 러시아 관계 염두에 둔 것
12일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언론에 배포한 자료를 통해 틸러슨을 국무장관에 지명했다고 발표했다.
틸러슨은 1975년 엑손모빌에 입사해 2006년 CEO에 올랐다. 오랜 기간 공화당 인사들과 밀접했지만 공직 경험은 전혀 없다.
틸러슨 <사진=블룸버그통신> |
트럼프도 공직 경험이 전혀 없는 탓인지 이번 인선에서 '공직 경험 유무'는 중요한 고려 대상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자신과 같은 사업가 출신으로 경영능력을 외교에도 접목할 수 있다는 점을 틸러슨의 강점으로 꼽았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그의 경영 능력과는 별개로 미국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서열(대통령, 부통령, 하원의장, 국무장관 순)의 네 번째 자리에 적합한 인물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전망이다.
우선 틸러슨은 미국의 '적국' 러시아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17년간 인연을 이어왔고, 엑손모빌이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로스네프트 등과 다양한 합작사업을 벌이는 것을 주도해왔다.
이 때문에 틸러슨은 버락 오바마 정부가 주도한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에 비판적 입장이었다. 엑손모빌과 로스네프트의 카라해 원유 채굴을 포함한 합작 사업이 제대로 진척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그를 국무장관에 지명한 것도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공화당 내에선 러시아에 부정적인 인사가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어, 그의 친러시아 이력이 상원 인준 청문회 통과를 힘들게 할 수 있다는 예상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최근 "러시아가 트럼프 당선을 돕기 위해 대선에 개입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미국 내에서는 '반러시아' 정서도 고조되고 있다.
◆ 외교수장 적격성 논란 예상돼
공직자로서 이해상충 문제도 있다. 엑손모빌은 세계 50여 개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고 틸러슨은 엑손모빌 주식을 1억5100만달러(약 1745억원)어치나 갖고 있다.
이는 인준 청문회에서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오바마 정부가 대러 제재를 단행하면서 엑손모빌의 북극해 자원개발 참여 프로젝트는 현재까지 동결된 상태이다.
만약 트럼프 차기 정부가 러시아 제재를 해제할 경우, 틸러슨의 엑손모빌 주가는 폭등하게 된다. 미국 외교정책에 따라 틸러슨의 재산이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다.
또한 그는 에너지 업계 특성상 리비아, 이라크, 이란, 베네수엘라 등 미국과 적대적이거나 불편한 관계에 있는 국가들과 활발하게 교류해왔다.
이에 따라 그가 국무장관과 기업 CEO라는 직무 사이에 이해상충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트럼프 당선인은 대통령직과 사업 간 이해상충 소지를 없애기 위해 사업에서 손을 떼겠다면서 기자회견을 통해 세부 계획을 공개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15일로 예정됐던 이 기자회견은 그러나 다음 달로 연기된 상태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