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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이광수 기자] 유상증자로 자기자본을 늘린 증권사들이 비슷한 고민에 빠졌다. 이익을 내는 것이다. 늘어난 자본만큼 수익을 내지 못하면 ROE(자기자본이익률) 하락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중 상당수가 작년 하반기 금리 인상으로 채권 평가손실을 입으면서 ROE 방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상황이다.
신한금융투자와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현대증권+KB투자증권)은 지난해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금융위원회가 제시한 대형 IB(투자은행) 기준 요건을 맞추기 위해서다. 대형증권사의 한 PI 담당 임원은 "작년 유증으로 자기자본을 늘린 증권사들의 올해 최대 과제는 ROE 사수"라며 "각 사별로 대책을 구체화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증자로 처음 자기자본 4조원 문턱을 넘은 한투와 삼성증권, KB증권은 하반기부터 새롭게 허용되는 사업인 발행어음 사업과 외국환 업무를 기본으로 ROE를 방어하겠다는게 기본 전략을 짰다. 가장 큰 폭의 증자(1조7000억)를 한 곳은 한국투자증권. 한투 고위 임원은 "하반기부터 어음 발행이 허용되는데, 그 부분을 잘 활용하면 오히려 종전보다 ROE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ROE 하락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일축했다.
다만 신산업이 하반기부터 허용되는 만큼 당장의 ROE 하락은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이 임원은 "분기별 ROE 하락은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며 "연말이 되면 하락분을 모두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해 가장 먼저 증자를 추진한 곳은 신한금융투자다. 작년 8월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해 3조원을 충족시키며 처음으로 종합금융투자사업자 반열에 올랐다. 신한금융투자 한 임원은 "기업대출 등 3조원대 증권사에게 열리는 사업을 고도화시키는 작업에 집중해 ROE를 관리하겠다"며 "처음으로 프라임브로커(PBS)사업에 나서게 되는데, 이에 대한 역량을 키우는 게 첫 번째 관문"이라고 했다.
최근 사업 계획을 공식 발표한 KB증권이 내부적으로 설정한 ROE는 8.5%다. 지난해 3분기까지 현대증권의 ROE가 1.3%, KB투자증권의 ROE는 8.3%인 것을 고려하면 올해 적극적인 수익 개선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0일 기자간담회때 KB증권이 ROE 목표 달성 방법으로 제시한 것은 WM(자산관리)와 IB(기업금융)강화다.
고민이 비슷한 만큼 이들 증권사들의 대책도 별반 다르지 않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이들 뿐 아니라 대형 증권사의 올해 경영 계획을 보면 WM과 IB 역량 강화에 집중할 것을 밝혔는데 이는 곧 각 사별로 차별화된 전략이 없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S&T(세일즈앤트레이딩)등 증권사 자기자본을 운용해 내는 수익을 내는 부서가 ROE 관리 측면에서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신한금융투자 한 임원은 "지난 2015년 대형사들이 전반적으로 ROE 10%를 달성했는데, 솔직히 지금 상황으로는 쉽지 않은 수치"라며 "모든 회사들이 FICC나 PI 등의 자기자본에 대한 역량을 키우는데 치중하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있을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ROE를 위해 자기자본을 운용하는 부서의 어깨가 한층 무거워졌다"며 "한 번 손실이 나면 WM부문에서 1년동안 벌어들인 돈만큼 손실이 날 수 있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광수 기자 (egwangs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