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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김나래 기자] 수출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을 지원하면서 수출입은행법(이하 수은법)에 저촉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대우조선의 영구채를 매입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은 산은과 수은이 보유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무담보채권 약 1조6000억원 어치를 100% 출자전환하기로 했다. 통상 출자전환은 대출 등 채권을 주식으로 바꾸는 것이다. 하지만 수은이 법무법인에 의뢰한 결과 수은법상 대우조선의 주식을 취득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수은은 지난해 법무법인 3곳(김앤장·세종·태평양)에 대우조선 주식을 취득(출자전환)하는게 적법한 지 여부를 검토해 줄 것을 의뢰했다. 그 결과 2곳으로부터 적법하지 않다는 답변을 받았다.
수은법상 수은이 다른 법인의 주식을 취득할 수 있는 경우는 2가지다. 먼저 업무와 관련된 조사 연구 및 자금조달업무 등을 위해 필요한 때(수은법 20조2 제1항)이다. 대우조선 출자전환은 이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
두번째는 '구조조정' 기업에 대해 지분 15%를 초과해서 살 수 있다(수은법 17조의7 제1항). 하지만 법무법인 2곳은 대우조선이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 등에 따른 채권단공동관리절차(워크아웃)나 자율협약에 따른 구조조정 기업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즉 구조조정 기업이 아니므로 수은이 대우조선 주식을 매입할 수 없다고 판단을 내린 것.
이에따라 수은은 대우조선의 주식이 아닌 영구채를 매입하는 방법으로 지난해 출자전환을 이미 한 차례 실행했다. 이어 올해 다시 같은 방법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사진=뉴스핌> |
수출입은행이 영구채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대우조선에 출자 전환하는 것은 법 위반이 아니라는게 일반석인 해석이다. 그렇지만 책임 구조와 형평성에선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같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대우조선 주식을 매입하는 것과 비교되는 것.
즉, 주주와 채권자의 책임구조가 다른데 의사 결정을 주주가 아닌 채권자가 하는 것이 맞느냐는 문제다. 산은과 수은이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하는데 주식이 아닌 영구채 인수는 주도적으로 책임지는 구조가 아니라는 것이다.
수은의 편법을 막기 위해 법을 고치는 것도 쉽지 않다. 구조조정 기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출자전환을 할 수 있다고 고치면 은행이 산업자본을 지배하지 못하게 하는 은산분리 취지를 크게 훼손할 우려가 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똑같은 금융 자산을 서로 다르게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라며 "수출입은행의 문제라기보다는 상위기관들의 결정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회계상 영구채는 원금을 갚지 않고 계속해서 이자만 지급하는 채권이다. 국제회계기준상 자본으로 인정받지만 매년 고금리의 이자를 부담해야 하고 언젠가는 상환해야 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부채로 해석 가능하다.
지난 2012년 두산인프라코어가 IFRS(국제회계기준)상 자본으로 인정받으면서 영구채를 발행한 이후 국내 기업이 잇따라 발행하고 있다.
영구채는 대개 스텝업(step up) 조항이 있어 통상 발행 5년이 지나 원금을 조기상환하지 않으면 높은 가산금리가 붙는다. 이는 사실상 본질은 고금리 부채인 셈이다.
한 회계사는 "스텝업 조항도 일반적 부채 고금리 발행이라 하더라도 장기적으로 만기 조절을 하고 끌고 가겠다는 의미다"라며 "형식적으로 따지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수출입은행이 영구채 매입을 통해 대우조선해양을 지원하겠다는 의미는 '망하지 않는다'는 계산이 이미 깔렸다는 분석도 있다.
[뉴스핌 Newspim] 김나래 기자 (ticktock032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