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범준 기자] 얼마 전 음주운전자로부터 교통사고를 당한 직장인 박모(34)씨는 소름끼치는 광경을 목격했다. 면허가 취소된 가해자가 버젓이 운전하고 있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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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면허 재취득 제한 기간인 1년이 지난 것도 아니고, 특별사면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박씨는 무면허운전자라고 판단해 경찰에 신고했다. 돌아오는 답은 운전면허소지자의 적법한 운전이라는 말이었다. 어떻게 된 일일까?
운전면허의 취득이나 정지·취소는 도로교통법과 관계 법령이 정하고 있다. 음주운전의 기준은 혈중알코올농도 0.05%다. 0.1% 이상일 경우에는 운전면허가 취소된다.
운전면허가 취소되면 재취득 전까지 운전을 아예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운전면허를 여러 개 소지한 사람이라면 바로 운전할 수도 있다.
박씨의 교통사고 가해자는 제1종 보통면허와 특수면허를 함께 가지고 있는 복수운전면허 소지자였다. 음주운전 당시 제1종 보통면허나 대형면허로 가능한 12인승 승합차를 운전한 상황이었고, 소지한 면허 중 보통면허만 취소됐다.
따라서 함께 취소되지 않고 여전히 유효한 제1종 특수면허로 승용차를 운전할 수 있었던 것. 특수면허는 제2종 보통면허로 운전 가능한 차량(승용차와 10인 이하 승합차)을 포함해 트레일러와 레커차량을 운전할 수 있는 면허다.
이런 법리적 판단과 행정청(공무원 등)의 처분은 행정법의 일반원칙 중 관련성이 없는 것을 엮으면 안 된다는 '부당결부금지의 원칙'에 따른 것이다.
복수운전면허 소지자가 음주운전을 한 경우 모든 운전면허를 취소(철회)해야 하는지, 아니면 음주운전을 한 해당 차량에 대한 운전면허만을 취소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있다.
대법원 판례를 보면 "서로 별개의 것으로 취급하는 것이 원칙이나, 복수운전면허가 서로 '관련성'이 있으면 전부 취소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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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 판례로 시내버스 사건(대법원 2005.3.11. 2004두12452)과 이륜자동차 사건(대법원 1992.9.22. 91누8289)을 들 수 있다.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53조에 따라 제1종 대형면허 소지자는 제1종 보통면허 소지자가 운전할 수 있는 차량을 모두 운전할 수 있다.
따라서 대법원은 버스 운전 중 면허 취소 사유가 발생해 대형면허가 취소되면 당연히 보통면허로 운전할 수 있는 차량의 운전까지 금지하는 취지가 포함된 것으로 보고, 경찰이 서로 연관된 두 면허를 모두 취소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제1종 보통면허와 제1종 특수면허를 복수소지한 택시운전사가 택시(승용차)를 음주운전한 경우 면허가 모두 취소되는 것도 같은 이치다.
반면 이륜자동차를 음주운전한 사유만으로는 제1종 대형면허나 보통면허의 취소·정지를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제2종 소형면허를 가진 사람만이 운전할 수 있는 오토바이(125cc 이상)는 보통면허로 운전할 수 없기 때문에 서로 관계가 없다고 본 것이다.
한편 단순음주운전(3회 미만 및 무사고)으로 면허가 취소된 경우, 6개월만 지나면 운전면허 재취득 제한기간(1년)이 도래하기 전에 '원동기면허'는 취득이 가능하다.
[뉴스핌 Newspim] 김범준 기자 (nun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