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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김성수 기자] 저금리에 지친 아시아 투자자들이 라틴 아메리카 채권에 관심이 높다. 중남미 채권이 금리도 높고, 분산투자 목적에서도 안성맞춤이라는 이유에서다.
지난 15일 자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최근 홍콩과 싱가포르에서는 중남미 업체들이 발행하는 달러 채권에 투자하기 위해 러브콜을 보내는 금융회사들이 크게 늘어났다. 홍콩계 헤지펀드인 '딥블루 글로벌 인베스트먼트'는 현재 포트폴리오에서 10%를 차지하는 라틴 아메리카 채권 비중을 향후 3~6개월 내에 30%까지 늘릴 계획이다.
대만 자산운용사 푸화 투자신탁은 신흥시장 펀드에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차지하는 투자 비중을 한 해 전 17%에서 22%로 늘렸다. 홍콩의 중국은행홍콩(BOCHK) 자산운용 역시 중남미 지역의 채권 비중을 늘리려 하고 있다.
홍콩계 중국상업증권 투자운용은 브라질 채권에 대해서는 가격 부담감 때문에 조심스러운 입장이지만 아르헨티나, 페루, 칠레 채권에 대해서는 비중 확대를 노리고 있다.
라틴아메리카와 아시아, 미국 투기등급 채권 금리 추이 <자료=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블룸버그통신 재인용)> |
중국 은행과 프라이빗 뱅킹 고객들은 중남미 국가의 경기 회복을 감안했을 때 금리가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에 따르면 라틴 아메리카 투기등급 채권의 경우, 동일 만기의 아시아 투기등급 채권에 비해 금리가 평균 70베이시스포인트(bp, 1bp=0.01%) 이상 높다는 분석이다.
사상 최악의 침체를 겪었던 브라질 경제는 올해 2분기에 플러스 성장률을 보이면서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브라질 국립통계원(IBGE)은 지난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대비 0.2% 성장했다고 밝혔다. 전문가 예상치인 0.1%를 웃돈 결과다.
또한 중국 투자자들이 미 국채 등에 크게 집중돼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남미 채권은 분산투자 목적에서도 안성맞춤이라는 평가다.
홍콩 씨티그룹의 아시아 회사채 부문 스페셜리스트 만제시 베르마는 "아시아 펀드들이 중남미 채권을 통해 분산투자하는 전략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며 "중남미 채권이 아시아 채권에 비해 금리가 훨씬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푸화 투자신탁의 브라이언 왕 펀드 매니저는 "아시아의 투기등급 채권 시장은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들과 인도네시아 채굴업체들이 너무 많아서 쏠림현상이 심하다"며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기회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만제시 베르마는 중남미 지역이 일반적으로 아시아 국가에 비해 경제 안정성이 낮고, 위험이 높은데도 이 지역 채권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는 점이 시사할 만하다고 언급했다.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은 그동안 정치적 혼란을 겪었다. 브라질에서는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주장이 잇따르면서 정국혼란이 계속됐었고, 아르헨티나에서는 중남미 최대 건설업체 오데브레시가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에게 불법 자금을 지원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그러나 브라이언 왕 펀드 매니저는 "우리는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있다"며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의 경제 전망을 낙관한다고 밝혔다.
딥블루 글로벌 인베스트먼트의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지윤 왕은 "중남미 채권이 전체 신흥시장보다 좋은 수익을 낼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투자자들은 9월에 있을 돌발 위험들을 잘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