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에라 기자] 바야흐로 유통업체들의 자체브랜드(PB)제품 전성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과거 식품으로 한정됐던 PB제품들이 가전제품까지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유통업체들은 시장 선점을 위해 다양한 상품은 물론 차별화된 전략으로 무장한 PB제품을 잇따라 공개하고 있다.
온리프라이스 1등급 우유 <사진=롯데마트> |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의 PB브랜드 '온리프라이스'는 1000원 단위의 최적의 균일가 전략을 차별화로 내세우고 있다.
지난 2월 첫 출시된 온리프라이스는 제품 제조사인 파트너사와 9개월간 판매할 물량을 사전 계약한 뒤, 어느 점포에서나 똑같은 균일가로 판매하게 된다.
보통 대형마트는 치열한 가격 경쟁 속이 각 점포나 구매 기간에 따라 다른 가격의 제품을 판매할 수 밖에 없다. 이러다보니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하락했고 롯데마트는 균일가 전략을 승부수로 꺼냈다. 균일가로 판매되다 보니 모든 제품의 곁면에는 빨강색으로 가격이 표시된다.
현재 온리프라이스는 134개에 달하는 식품과 생활 잡화가 있다.
이 중 온리프라이스 '1등급 우유'는 기존 흰우유 제조업체브랜드(NB)는 출시 후 월 평균 30만개 판매되며 대박을 쳤다. 제조업체브랜드(NB) 보다 4.6배 이상 팔리고 있다.
보통 흰우유는 소비 감소로 원유 재고가 많지만 농가 소득 때문에 제조원가를 낮추기 어렵다. 특히 1등급 흰우유가 1리터 종이팩 기준 1500원 수준이 최적의 가격으로 산출됐기 때문에 1000원 단위 균일가로 만들기 어려웠다. 하지만, 1리터 종이팩 2개를 묶어 팔자는 발상의 전환으로 3000원이라는 1000원 단위의 가격을 맞추는데 성공했다.
헬스앤뷰티(H&B)숍 올리브영은 이달 초 건강식 주스를 PB제품으로 첫 출시했다. 14가지 이상의 슈퍼푸드를 사용한 'H Project 클렌즈스무디'로 3종의 제품을 판매 중이다.
올리브영은 2011년 '엘르걸'이란 PB브랜드를 첫 선보였다. 이후 화장품이나 화장 도구를 포함해 8종의 PB제품을 운영해왔다. 이 중 '라운드어라운드'는 빙그레와 협업해 바나나 우유 모양을 본딴 바디케어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당시 '바나나맛·딸기맛우유' 바디케어 제품이 출시 10일 만에 완판됐다. 라운드어라운드는 빙그레와 협업 2탄도 준비 중이다.
PB제품 시장의 선두주자로 알려진 곳은 이마트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을 통해 적극적으로 노브랜드와 피코크 같은 PB를 알려왔고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노브랜드 TV <사진=이마트> |
노브랜드는 가격 경쟁력을 살려 생활용품이나 식품 등을 중점적으로 갖추고 있다. 피코크는 프리미엄 가정간편식 PB제품이다. 특히 노브랜드는 가성비 트렌드에 힘입어 800원짜리 물티슈 같은 제품은 흥행 행진을 이어가기도 했다.
최근에는 가전 제품도 노브랜드로 만들었다. 지난달 32인치짜리 HD TV를 만들어 19만9000원에 내놓았다. 중국 OEM 전문 가전 기업인 KTC사가 생산하며 가격 경쟁력을 높였다. 노브랜드 제품만 판매하는 노브랜드 전문점도 등장했다.
유통업계는 이 같은 PB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양한 유통채널 속에 온라인 시장에 오프라인 점포 점유율도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차별화된 상품으로 고객 충성도를 높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국내 PB제품 시장 규모는 3조6000억원 수준에서 5년만에 9조원대로 2배 이상 커졌다. 현재 시장 규모는 10조원 초반대로 추정되고 있다.
이진국 KDI 연구위원은 "PB는 유통기업이 제품특성을 결정하는데 관여하고 운영하는 점포에서 독점 판매하기 때문에 제품 차별화를 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유통기업은 소비자의 직접적 가격 품질 비교로부터 벗어나 안정적 유통마진을 책정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국내 유통업체에서 PB 매출 비중은 3.1%로 유통업이 발전한 유럽이나 오세아니아, 미주 시장과 비교하면 매우 낮다"면서 "국내 PB시장은 아직 성장 초기 단계에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이에라 기자 (ERA@newspim.com)